우리 동포들 중에 남한의 군사정권시절 남한정권의 인권탄압에 대하여 그토록 소리 높여 비난하던 진보적인 인사들이 북한정권의 인권탄압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시는 분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아 몇 말씀드릴까 한다.
모택동의 ‘모순론(矛盾論)’에 의하면 모순에는 주요모순(主要矛盾)과 종속모순(從屬矛盾)이 있다고 하였다. 나는 이 모순론에 근거하여 남북한의 인권탄압문제를 생각해 보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반도에 있어서의 주요모순은 뭐니뭐니 해도 미국의 탐욕이다. 이 미국의 탐욕 때문에 한반도는 분단되었고 6. 25 전쟁까지 겪었으며, 이 분단체제를 공고히 유지하기 위하여 남한군사정권은 인권탄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사정권시절 미국의 탐욕에 반하는 통일운동이 얼마나 혹심한 탄압을 받았던가. 지금 남한에서 인권탄압이 완화된 것은 미국의 탐욕에 반하는 형태의 통일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보아진다. 그러나 한번 상상해 보시라. 남한과 북한의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경우를 말이다. 즉, 남한이 지금의 북한처럼 가난하고 북한이 지금의 남한처럼 국민소득이 2만불 가까이 될 정도로 부유하다면 남한에 지금의 북한과 같은 인권탄압이 없겠는가 이 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적화통일을 원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므로 남한의 인권탄압은 종속모순이다.
북한정권 역시 한반도의 분단으로 인하여 생겨난 정권이고, 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인권탄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북한인권탄압 역시 미국의 탐욕이라는 주요모순에 좌우되는 종속모순이다. 즉 미국의 탐욕이라는 주요모순이 없어지면 한반도가 통일이 되고, 따라서 남북한의 인권탄압이 근본적으로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남북한의 인권탄압이 똑같이 종속모순이지만 그 종속형태, 즉 종속 메카니즘(Mechanism)은 같지 않다. 여기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즉, 남한의 인권탄압은 주요모순인 미국의 탐욕과 우호적이지만 북한의 인권탄압은 주요모순인 미국의 탐욕과 대립적이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남한의 인권탄압을 규탄하고 공격하면 그 주요모순인 미국의 탐욕에 상처를 주고, 결국 한반도의 주요모순을 몰아 내는데 기여하지만 북한의 인권탄압을 규탄하고 공격하면 미국의 탐욕이라는 주요모순이 더욱 강력해 질 수 있고, 따라서 주요모순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기 어려워진다. 바로 이런 이유로 진보적인 사람들은 북한인권탄압을 바라보며 가슴아파 하면서도 침묵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문제는 주요모순이다. 주요모순이 존재하는 한 종속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몸에 병균이 침입하면 신열도 나고 병균과 싸우는 백혈구가 증가한다. 그런데 종속모순인 신열만 보고 주요모순인 병균을 보지 못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를 어찌 좋은 의사라 할 수 있겠는가? 지금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6자회담이란 것이 열리고 있지만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해치는 것은 미국의 탐욕이지 북핵이 아니다. 북핵은 침입해 들어온 병균과 싸우는 백혈구와 같은 종속모순에 불과하다.
6. 25 전쟁을 직접 치르신 참전세대 선배님들은 나의 이 졸고에 동의하기 어려우시겠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뜨거운 감정이 아니라 냉철한 이성이 필요하다. 우리 속담에 때리는 남편보다 말리는 시어머니가 더 밉다는 말이 있다. 인권을 탄압하는 김정일보다 그것을 비난하는 부시가 더 미운 것은 김정일을 좋아하고 그의 인권탄압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일본과 협잡하여(1905년의 타프트-가쓰라 밀약) 우리 민족을 일본 식민지의 수렁에 밀어넣은 미국의 탐욕이 여전히 한반도의 주요모순이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 북한에서의 인권탄압을 비난하는 것은 위선의 극치일 뿐이다.
황종규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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