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DNA) 테스트로 범죄 용의자의 인종을 알 수 있다. 과학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경찰의 용의자 추적이 한결 쉬워졌다. 아니 보다 과학적으로 변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싶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범죄와 관련한 인종별 특별취급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다. 예를 들어 히스패닉이나 흑인들이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통계 수치에 근거해 선량한 시민들도 동일한 인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권력에 의해 부당한 대우가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DNA 조상 찾기 테스트에 대한 논란을 USA투데이가 최근 보도했다.
1997년부터 미궁에 빠졌던 버지니아 연쇄 강간사건 해결
눈·머리 색깔 확인… 캘리포니아 등서 80건 수사에 활용
범죄통계 근거해 특정 인종에 대한 공권력 남용 우려도
조상 궁금해하는 일반인도 219달러 내면 테스트 서비스
4년 전 미주리 캔자스시티에서 신원미상의 소녀의 부패한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일반이 이를 공개하지 않고 수사에 임했다. 이 소녀는 흑인이었다. 그러나 DNA 테스트 결과 이 소녀에는 40%의 백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조부모 가운데 한 명이 백인이었다는 과학적인 입증이었다.
올해 오클라호마의 한 여성이 딸이 없어졌는데도 실종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이 사건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여성은 흑인과 백인의 혼혈로 밝혀졌다.
DNA 테스트를 해보니 이 여성이 소녀의 어머니였다. 경찰은 이 여성과 피살된 소녀의 계부를 살해혐의로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소녀는 3세의 에리카 그린. 캔사스시티로 여행을 가는 도중 제 시간에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고 계부가 발로 차 사망했다.
DNA 테스트가 점점 첨단화해가면서 수사당국의 범인 추적과정도 효율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저 범행현장에 남겨져 있는 땀, 정액, 피, 피부 등을 토대로 DNA 테스트를 하는 선에서 넘어섰다. 정부의 위험인물 데이터에 입력돼 있지 않은 것까지 찾아낸다. 범죄 용의자의 이름을 알아내는 게 목적이 아니다.
DNA 테스트를 통해 조상이 누구인지, 가계 내력이 어떤지를 파악한 뒤 얼굴 생김새를 알아내는 게 목적이다.
에리카 피살사건에서도 이러한 가계 조사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DNA 가계조사는 특정인의 인종 구성과 내력을 알려준다. 유럽인, 아프리카인, 동남아시아인, 아메리칸 인디언, 아니면 여러 인종의 혼합형태까지도 알아 맞춘다. 6만여 전 아프리카의 동일한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인종들은 지역별로 동일한 DNA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DNA 조상 추적 시스템은 2003년 7건의 살인, 강간 사건에서 효력을 보였다. 그 이후로 미주리, 버지니아,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등지에서는 80여건의 살인사건을 풀어 가는 과정에서 이 방법을 사용했다. 눈의 색깔, 머리카락 색깔도 분별할 수 있다.
2004년 버지니아 샬롯빌 경찰이 이 테스트로 1997년부터 시작된 6차례의 미해결 강간사건을 풀었다.
피해자들이 묘사하는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이 지역에 거주하는 흑인 용의자의 DNA를 테스트했다. 물론 지역사회의 반발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이 용의자가 범인으로 확인됐다. 테스트의 개가였다.
이 테스트를 개발한 DNA 프린트 제노믹스는 조상을 찾고 싶어하는 일반인들의 궁금증 해소에도 기여한다. 219달러를 내면 가능하다. 그러나 범죄 관련 테스트는 훨씬 어렵기 때문에 건 당 1,000달러를 부과한다.
하지만 DNA 조상 테스트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테스트를 100% 신뢰할 수 없다는 게 가장 주된 이유다. 설령 이 테스트가 맞더라도 조상을 알았다고 해서 용의자가 어떻게 생겼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다. 인간은 워낙 과학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아져 인종만 갖고는 구별하기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 테스트로 인해 특정 인종이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위험한 인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경찰에서도 일부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과 같이 인종 간 결혼이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종별 구분이 과연 얼마만큼 도움을 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너무 광범위하다는 얘기다. 75% 흑인과 35% 흑인이라도 피부색이 동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테스트를 지지하는 사람조차도 미국사회에서 인종 문제가 안고 있는 민감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끔찍한 범죄를 해결하고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에게 사건을 해결해 주는 데 DNA 조상 찾기 테스트가 기여하는 부분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게 지지자들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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