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진심으로 축하의 마음을 보내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도 그가 약속한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하겠다”던 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쓰디쓴 실망의 맛을 삼키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한국도 오랜 군사 독재의 틀을 벗어나 벌써 세 번째의 ‘문민’ 대통령을 맞이하였건만 우리는 왜 이리도 지도자 운이 없는 걸까.
조자룡 헌 창 휘두르듯 걸핏하면 못해 먹겠다느니, 재 신임을 묻겠다느니, 권력을 내놓겠다느니 하는 말을 입에 올리는 노 대통령을 보면서 과연 이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무엇인지 알기나 하고 입후보를 했던 것이었는지 의심이 된다.
도대체 한국 국민들이 그의 앞에서 무릎 꿇고 제발 대통령직 좀 맡아 주십사고 빌기라도 했던가? 전화 걸 재벌도 없으니 벙어리 저금통에라도 돈을 모아서 도와 달라고 애걸하던 것이 얼마나 오래 전이었던가?
측근들의 비리가 밝혀지자 재신임을 안 해주면 그만두겠다고 일종의 협박을 국민들에게 하더니 이제는 권력을 내놓겠으니 자신의 구상대로 대 연정을 이루어 달라고 떼를 쓴다. 그의 정치 행적을 먼 빛으로 바라보면 그는 국정을 일종의 도박처럼 운영하는 것 같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결단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을 만날 때마다 그는 협상과 타협의 길을 찾는 정치인의 선택보다는 전부냐 아니냐의 한판을 걸어 놓고 기 싸움을 하는 도박사의 선택을 일관되게 해 온 듯 하다.
아마도 노 대통령은 자기 자신을 한국 정계의 고질적인 지역구도를 혁파하는 데에 받치는 희생양이라고 자기도취 속에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얼핏보면 자신의 한 몸을 바쳐 나라를 살린다는 숭고한 선택 같지만 이 역시 결국 빠르게 한판 승부를 해 보겠다는 점에서 도박과 다름이 없다.
이곳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많은 한국인들이 끈질기게 버리지 못하는 소위 ‘한탕주의’에서 과히 멀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하고 또 한 이야기이지만, 큰 일이란 언제나 작은 일들이 쌓여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사람이란 능력이 한정된 존재이고 한 사람이 한 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이란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어렵고 귀찮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그 매일 매일의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 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풀어나갈 때 그 전체가 합쳐져서 큰 일이 이루어진다.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기적을 일으켜 줄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가 이제까지 정치적인 생명 또는 대통령의 직위까지 걸고 풀겠다고 불쑥불쑥 내 놓았던 소위 개혁 아이디어가 벌써 몇 번째인지 그 숫자를 잊었지만, 만약 지역구도의 문제가 그렇게도 치명적인 문제라고 파악했다면, 그 해결을 위하여 대통령으로의 권한과 수단 및 자원을 동원하여 분골쇄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현실적인 해결 방책을 협상과 타협을 통하여 도출해 낼 것이지 어린아이가 보채듯 ‘내꺼 다 줄께 이것만 해줘’ 하고 떼를 쓰는 것은 정말 유치하다.
김철회
법정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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