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구호·약탈사태 수수방관에
뉴올리언스 시장 “헛소리만”비난
“백인 밀집지였다면 이랬겠나”
피해자 99% 흑인… 혼란 부채질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이 연방정부에 대한 불만을 육두문자를 동원해가며 거침없이 쏟아놓았다.
내긴 시장은 뉴올리언스가 최고등급 허리케인의 직격탄을 맞은데다 제방까지 일부 붕괴돼 시 80%가 물에 잠겼는데도 연방정부는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대규모 침수사태 발생 이후 이재민센터의 음식물과 식수까지 동이 나고 약탈꾼과 무장한 범죄자들이 거리를 장악할 때까지의 거의 1주일 간 연방정부가 한 일이 무엇이냐는 것.
내긴 시장은 1일 지역 라디오 방송인 WWL과의 인터뷰에서도 “정부가 헛소리만 지껄이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대재앙이 닥쳤는데도 지난달 31일 연방비상관리청(FEMA) 관리 3명이 방문한게 고작”이라고 열을 올렸다. 그는 곧이어 “사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는 연방 관리들은 모두 꺼져 버려라”고 목청을 돋구었다.
내긴 시장은 부시 대통령과의 최근 대화에서 “믿을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라고 말했는데 대통령은 전용기에서 피해지역 일부를 내려다보았을 뿐”이라고 비꼬았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30일 텍사스에서의 휴가를 이틀 단축하고 워싱턴으로 가는 도중 2,300피트 상공에서 뉴올리언스의 피해지역을 잠시 둘러봤다.
한편 현지의 험악한 분위기를 의식한 부시 대통령은 2일 피해지역 시찰에 앞서 “연방 당국의 관계자들이 구호노력을 진지하게 펼치긴 했지만 그 결과는 결코 만족스럽게 받아들일 정도가 못됐다”며 연방정부 차원의 구호노력에 문제가 있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
뉴올리언스에는 부시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1,000명의 방위군 병력과 구호물자를 실은 콘보이가 도착했다.
허리케인 강타 전과 후
루이지애나주를 강타한 3개의 허리케인 직후 돌핀 아일랜드의 피해상황을 포착한 미지질연구소의 사진. 돌핀 아일랜드는 3차례 모두 허리케인의 중심부에서 110킬로 동쪽에 위치해 있었다. 맨 위의 사진은 2002년 허리케인 릴리가 상륙하기 전인 2001년 7월의 사진이고, 가운데는 허리케인 이반이 통과한 직후인 2004년 9월17일 촬영됐다. 아래 사진은 카트리나 상륙 이틀 뒤에 찍은 것이다. 위의 두 사진에 비해 아랫쪽 사진에서 해안선이 훨씬 뒤쪽으로 물러났음을 알수 있다.
“흑인들만 당했다.”
허리케인 늑장 구호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뉴올리언스 인구의 67%를 차지하고 있는 흑인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들은 백인들이 집중적인 피해를 입었다면 연방정부가 이렇게까지 늑장대응을 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잠정적인 집계에 따르면 이번 재해 피해자의 99%가 흑인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뉴올리언스의 참상을 쫓는 미 주요 방송국들의 보도를 눈여겨 보아도 흑인들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유럽 주요 언론들도 이번 재해의 최대 피해자가 흑인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백인 이웃들에 비해 가난한 흑인은 허리케인이 닥쳐옴에도 대피보다는 잔류를 택했고 그 결과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인종 차별과 경제적 격차 속에서 쌓인 분노는 약탈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대혼란을 야기했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48만5,000명의 인구를 거느린 뉴올리언스가 흑인 인구 점유율이 전국에서 5번째로 높은 도시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대혼란은 인종문제 차원에서 접근해야 이해할 수 있다”고 논평했다. 뉴올리언스 흑인들의 절대다수는 빈곤층에 속해 있다. 이에 따라 뉴올리언스는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의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10년 전에는 가장 난폭한 도시란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지금 뉴올리언스에는 노예제도가 존재했던 암울한 시절 절망적 표정의 흑인들이 울부짖었던 슬픔의 소리가 다시 메아리치고 있다.
1일 밤 남편, 5명의 자녀와 함께 다리 밑에서 새우잠을 잤던 흑인 여성 버나뎃 워싱턴(38)은 “카트리나는 집중적으로 흑인들에게만 피해를 안겼다”며 “우리들은 너무나 많은 고통과 문제를 안고 있다”고 울먹였다.
<황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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