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최고 가격 경신
▶ 올해만 벌서 12% 급등
▶ ‘제2의 계란 파동’ 충격
▶ 육우 수 74년래 최저

소고기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며 가격 부담에 소비자들은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한 수퍼마켓에서 고객이 육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박상혁 기자]
“소고기가 금값이 됐다.”
미 전역에서 소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이제는 중산층 가정도 “스테이크 한 번 구워 먹기 겁난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21일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다진 소고기(ground beef) 평균 가격은 파운드당 6.12달러로, 올해 1월 대비 9% 넘게 상승했다. 스테이크 가격은 11.49달러로 전년 대비 8% 이상 뛰었고, 전체 소고기 소비자물가지수(CPI)도 10~12% 상승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달걀 파동 이후 가장 심각한 식재료 인플레이션”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격이 급등한 가장 큰 원인은 공급발 충격이다. 2019년부터 지속된 서부 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초지가 황폐화되면서 목장 운영이 사실상 마비됐고, 많은 농가가 사료값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소를 조기 도축했다. 농무부에 따르면 전국 육우 수는 올해 2,790만마리로, 195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6년 전인 2019년에 비해서도 13% 감소한 수치다.
여기에 수입 차질도 공급 부족을 악화시키고 있다. 멕시코에서 발견된 기생충 파리 ‘신세계 나선충‘(New World screw-worm)의 확산으로 최근 미 정부는 멕시코산 살아 있는 소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는 미국 전체 쇠고기 공급량의 약 4%를 차지한다.
설상가상으로 다음 달 1일부터는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에 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브라질은 미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쇠고기 공급국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미국 식탁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 셈”이라고 경고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미국이 수입한 브라질산 소고기는 16만5,000톤에 달한다. 실제로 일부 프랜차이즈 햄버거 업체는 벌써부터 ‘소고기 가격 인상분 전가’를 소비자에게 통보하고 있다.
가격급등에도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웰스파고의 마이클 스완슨 농업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계란과 달리 소고기는 미국의 식문화 중심에 있다. 바비큐, 햄버거, 스테이크 없는 여름은 상상할 수 없다”며 “이 수요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캔자스주립대 농업경제학자 그린 턴서 교수 역시 “아무리 가격이 올라가도 미국인은 여전히 고기를 찾을 것”이라며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통 업체와 식당들도 대체 단백질 확보에 분주하다. 대형 체인점 월마트는 자사 소고기 가공 시설을 확장하며 가격 통제를 시도 중이고, 일부 수퍼마켓은 돼지고기·닭고기·식물성 대체육을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
단백질 공급에 필수인 소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한인 사회도 울상을 짓고 있다.
토랜스에 사는 김모씨는 “한국식 불고기나 갈비를 자주 해먹었는데 요즘은 장보기가 겁날 정도”라며 “한 달 식비가 너무 올라서 이제는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 목살이나 닭고기로 대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인 식당 운영하는 최모씨는 “과거에는 소고기 가격이 올라도 마진을 줄여가며 버텼는데, 다른 식재료 물가까지 오르면서 메뉴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식당의 주 메뉴가 갈비찜하고 소꼬리찜인데 손님들이 비싼 부위는 아예 찾지를 않고 있어서 너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와 언론은 소고기 가격급등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CNN은 “계란 사태와는 달리 소고기는 시장 구조가 불투명하고 복잡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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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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