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미리 손보지 않아 큰 손해를 입게 될 때에 쓰는 비유로, 한자의 ‘유비무환’과 상통하는 의미가 되 겠다.
미루다가 낭패를 겪는 일은 생활 속에 다반사로 일어나는데 그 규모가 큰 경우에는 감당키 어려워 당황하게 된다. 때문에 일의 선후를 정해서 후회 없이 처리하기에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가 발전하면서 역사에 기록된 여러 사건들의 수치도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데 그것이 바람직한 향상이라면 더없이 기쁜 일이겠으나, 원하지 않는 반대편일 때에는 난감하고 블행하다.
사상 최대의 사고로 놀라게 했던 많은 재해도, 그보다 더 큰 다른 재난의 발생으로 우리의 상식을 비웃고 있다. 그리고 점점 자극에 둔감해져서 세상이 각박해진다고 투덜대면서 살아간다.
8월 마지막을 어렵게 넘기게 한 미남동부 지방의 허리케인 피해는, 자연의 위력 앞에 하잘 것 없이 나약해지는 인간의 추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본능이 우선하는 극한상황에서 이성이 배제된 행위가 한심하기 전에, 최악의 비극을 차단할 수 있는 사전대비가 소홀했다는 사실에 허탈해진다.
수면보다 낮은 입지적 조건의 불리함을 지켜주는 호수 제방이, 안전 점검에서 등한시되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전산정보가 조직화된 막강한 행정능력으로 통치되는, 인권을 우선하고 국민을 위한다는 이 나라에서 일어난 일임을.
지금 자연재앙에 겹쳐 인재의 책임까지 추궁 받는 정부가 신속한 대응을 하고 있지만, 어처구니없는 인명 상실과 생활근거의 손실은 언제 그 가닥이 매일지. 수중도시가 된 황량한 모습의 영상이 보기에 막막하다.
게다가 멕시코만의 석유시설 피해로 인한 유가 상승의 악제까지 겹쳐,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함께 져야 한다. 설마 하는 태만으로 야기된 결과가 너무 엄청나다. 대자연의 위력 앞에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를 다시금 절감하는 오늘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고 한다. 완전치 못한 인성이기에 재고하고 확인하며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것이다. 나에게서 파생한 작은 문제가 너와 우리를 거쳐, 속해 있는 공동체에까지 비약하여 파문을 일게 하는 허술함을 견제케 하는 깊은 배려다.
그 침착한 여유를 갖기 위해서 일상을 영위함에 질서가 있어야겠다고 여긴다. 계획한 명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부터 처리하는 습관에 익숙할 것이다. 시간적으로 뒤로 미뤄진 약속인 때에는 더블 표시로 기억하며 잊지 않아야겠다.
주어진 여건에서 삶의 의미를 추구하며 꿈을 지녔을 많은 생명의 절규가 가슴에 아리다. 가장 소중한 생사의 관리에 무심했던 위정자에 대한 분노가 메아리로 파고든다. 책임 맡은 복지와 혜택 부여에 앞서, 생존의 기본권마저 무시한 당국의 처사에 실망과 환멸을 느낀다.
세계인이 선망하는 자유와 평등의 아메리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크나큰 실책이다. 이 비극의 후유증은 도시 복구와 자연 회생의 과정에서 고비고비 살아날 것이다. 그 괴로운 악몽을 털고 유비무환의 교훈을 새기며, 치정의 우선 순위를 확립할 일이다.
이웃의 아픔은 나의 아픔이요 그들의 불행도 내 불행이다. 이제 슬픔을 딛고 재건에 동참하는 마음자세를 지니자. 가장 다급한 곳부터 베풀고 나누며 상처받은 심신을 위로할 때다. 허기진 결핍을 사랑으로 다독이며, 내일의 소망을 되찾는 일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따뜻한 태양 빛을 공유하는 한 창조의 축복을 기리면서 .
이인숙/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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