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은행들이 무한경쟁 시대로 치닫고 있다. 새로운 은행의 잇단 출현으로 한인사회에 은행수가 10개를 넘어섰고 은행들마다 고성장세 지속을 위한 확장 전략을 추구하면서 영업망 확대, 고객 쟁탈전, 직원 확보 경쟁 등 모든 면에서 서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 격화속에 한인 은행들은 ‘고객 빼앗아오기’ 출혈 경쟁 및 인력난의 악순환 등 일부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투 양상도 전개되고 있다. 한인 은행들이 처한 무한경쟁 시대의 양상과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시리즈로 살펴본다.
기획시리즈
<시리즈 차례>
(1) 영토확장 전쟁
(2) 고객 쟁탈전
(3) 인력확보 경쟁
(4) 경쟁을 넘어
(1) 영토확장 전쟁
한정된 시장에
고객·직원
빼오기 악순환
한인 은행들의 무한경쟁은 우선 지점 확장을 통한 세 불리기로 나타나고 있다. 후발 은행들은 세력과 인지도를 키우기 위해, 기존 은행들은 고성장세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신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LA 다운타운 및 한인타운 윌셔가, 가든그로브, 풀러튼, 토랜스 등 한인 상권 형성 지역과 밀집 거주지에서의 신설 경쟁이 치열해, 남가주에서 새로 문을 열었거나 열게 되는 한인 은행 점포가 올들어서만 10개에 달하고 있고 내년에도 역시 10여개의 지점들이 생길 예정이다.
지점 신설 경쟁이 한인 시장이 있는 곳이라면 ‘열고 보자’는 식의 양상이 되면서 한 지역에 한인 은행들이 인접해 서 너개씩 몰려 있는 곳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LA다운타운에는 샌피드로 스트릿의 불과 2블럭 사이에 한미, 중앙, 윌셔, 새한, 미래 등 5개의 은행 지점들이 몰려 있고, 또 최근 1∼2년새 한인 은행 영업점수가 크게 늘어난 풀러튼과 부에나팍, 그리고 토랜스와 가디나 등에서는 한 블럭 안, 심지어 같은 몰 내에 서 너개의 은행 지점들이 마주보고 있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의 지점 확장 경쟁은 고객의 입장에서는 은행 이용이 더 편리해지고 경쟁에 따른 서비스 개선 등의 효과도 있지만 지나친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이 인접해서 경쟁을 하다보니 지점들끼리 예금 및 대출 고객 빼오기, 은행들간 직원 쟁탈전 등에서 상식을 벗어나는 과당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우스베이 지역의 한 은행 지점장은 “10만달러 이상의 큰 예금 고객 확보를 위해 0.25%씩 이자를 올려 제시하는 건 예사고 대출 이자도 도저히 마진이 남지 않을 정도로 심하게 깎아 고객을 가로채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지점 증가로 영업 영역이 겹치면서 심지어 같은 은행 지점들끼리 고객을 두고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다운타운의 한 지점장은 “다른 지점의 고객인데 안면을 이용, 자기 실적으로 올려 신경전을 벌인 경우도 있었다”고 “근무지를 옮기면서 고객 리스트를 가져가 만기가 돌아오는 고객들만 골라 유치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지점 확장 경쟁을 벌이다보니 지점장과 오퍼레이션 매니저 등 핵심 간부 확보전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 은행 본점 관계자는 “지점들의 경우 지역 사정과 고객 관계에 밝은 기존 은행의 직원을 빼오는 게 우선 영업에 가장 유리하다는 생각에 스카웃 경쟁이 과열돼 분위기가 소속 직전까지 갈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의 과열 경쟁을 이용,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고객들의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한 지점장은
“얼마전 공들여 50만달러 규모의 예금을 예치했는데 불과 1주일만에 계좌를 닫고 다른 은행으로 옮긴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확장 경쟁에 따른 지점들의 밀집 경쟁에 대해 다수의 은행 관계자들은 “은행들이 몰려 있으면 수요 창출을 통해 고객들을 유치하는 이점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 은행 본점 관계자는 “지점 신설은 비용면에서 상당한 투자지만 홍보와 마케팅 효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사실 다른 은행에서 들어가니까 우리도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도 크다”고 말했다. 다른 지점장은 “상도의가 없어진 지 이미 오래”라며 “경쟁의 질서가 무너진 느낌”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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