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에 있는 23년 역사의 미국 은행을 순수 한인 자본으로 인수한 지가 지난 7일로 100일이 됐다. 애기가 태어난 후 100일을 무사히 이겨 내면 인생의 첫고비인 관문을 넘겼다는 의미있는 날로 생각하여 잔치를 해 준다. 새로 접한 은행 생활 100여일에서 얻은 자그마한 교훈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1998년 한인 은행에 오기전 20년 이상 미국계 은행에서 종사하면서 타인종 동료들과의 교류에 어느 정도 자신은 있었지만 40명에 가까운 현직원과 새로 영입되는 한인 직원간의 문화적 차이를 어떻게 조화시켜나갈 것인가가 첫번째 관건이었다. ‘빨리 빨리’ 문화에 젖어 있는 우리 시각으로는 타인종 직원에 대해 답답한 마음도 생겼지만 그들을 하루 아침에 우리식으로 의식을 전환시킨다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면 자칫 그들 위에 군림하겠다는 우쭐한 행동으로 비쳐지지는 않을까, 반면 너무 소극적인 태도는 리더십의 결여라는 인상을 주지나 않을까 하고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인수후 첫번째 주말을 이용해서 객장 회의실을 뜯어 내고 고객 서비스 및 상담실로 용도 변경한 것에 대해 모든 직원들이 찬사반 우려반이었다.
우려하는 이유는 이런식의 경영 스타일은 자기들을 언제, 어떻게 사전통보 없이도 내 보낼수 있다는 잡 시큐리티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 것이었고 그들의 포지션은 90일 이내에 한국 직원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던 것 같다.
이들의 생각을 잠재우는 일만이 우선 새 리더로서 해야할 임무라고 생각하고 모든 직원들에게 가능한 모든 대화 창구를 통해서 직원들 각자가 창립 멤버라는 자부심 및 각자 맡은 일에 대한 중요성, 그리고 그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일에 전념했다. 그런 결과 100일 동안 개인사정으로 은행을 떠난 몇몇 사람이외에 직원들이 낙오없이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요즘같은 경쟁 사회에서 이기려면 실적위주의 경영방침만이 비즈니스 조직의 목표를 달성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전에 나가기에 앞서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제대로 된 훈련과 정신 무장이 되어 있을 때만 결집된 힘으로 무한 경쟁에 이길 수 있다.
로마의 멸망이 외부에서가 아니라 내부 분열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상기하며 내부 역학적 조직구조가 취약하며는 언젠가는 쉽게 허물어 질수 있다는 상식적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촉매제가 되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각 멤버들이 자기가 맡고 있는 악기 연주에 충실치 않는다면 완벽한 선율의 음악을 완성시킬 수 없듯이 은행의 성공도 이러한 완벽한 팀웍이 생성되었을 때만이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수 있다고 본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인간을 세 범주로 나누면서 평생을 육신의 만족을 위한 것을 제하고는 목표없이 살아가는 복부같은 사람과 용기는 있지만 사려 깊은 사고를 하지 않고 행동하는 가슴과 같은 사람, 또 자기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도하기 위해 생각하는 지도자 같은 머리로 사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부족한 사람에게서도 많은 잠재적 장점을 찾아낼 수 있으며 이 장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인사정책만이 이 험한 무한 경쟁속에서 생존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 지난 100일동안 새 은행 경영을 통해 얻은 귀중한 교훈이다.
홍승훈
아이비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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