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소니가 뙤약볕 밑에서 산타 모자를 쓰고 성탄절을 맞고 있다.
(Jarhead)
전투신 없는 전쟁영화
사담 잡으러 이라크사막에 갔지만
총한번 못쏜 해병저격수 전쟁일지
제1차 이라크 전쟁 드라마로 요즘도 매일같이 미군이 전사하는 제2차 이라크전을 이루는 상황속에서 전쟁의 광기와 허위와 무모함을 생각케 만든다. 그러나 이 영화는 모양은 훌륭하나 전쟁 드라마로서는 너무 심약하다. 이 전쟁에 참전했던 앤소니 스워포드의 소설이 원작.
전쟁액션 없는 반전영화라고 하겠는데 사담 잡으러 사막 벌판에 파견됐다가 총 한번 제대로 못 쏘고 귀국한 해병 저격수의 개인적 전쟁 일지다. 앤소니의 해설로 진행되는데 감정이나 근육질의 성질 및 야성을 가급적 누르고 철학적으로 중언부언하는 드라마를 만들었다.
대담하거나 독창성이 없는 대신 여러 베트남전 영화들의 장면과 내용을 빌려다 쓴 것 같다. 좀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식으로 영화를 전개하고 내용에 힘을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첫 부분은 머리를 빡빡 깍은 신병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하사관에 의해 내무사열과 훈련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 이것은 순전히 스탠리 큐브릭의 베트남전 영화 ‘풀 메탈 재킷’을 빌려다 썼다.
훈련이 끝나고 앤소니(제이크 질렌할)는 파트너 트로이(피터 사스가드)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송된다. 이들의 팀장은 터프가이나 사려 깊은 선임하사 사이크스(제이미 팍스).
앤소니 일행은 여기서 다시 본격적인 전장으로 이동하나 막상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넘쳐흐르는 에너지를 처리 못해 안달인 젊은 군인들의 자위행위와 잡담과 고향 애인의 배신에 대한 저주 그리고 개스마스크를 쓰고 하는 풋볼경기 등이 그들의 전투다. 모든 전쟁은 보병이 아니라 공군의 폭격기가 맡아 하는 바람에 이들은 사막에 갇힌 들쥐 신세. 행동은 없고 존재만 있는 군인들이다.
앤소니는 트로이와 함께 마침내 저격임무를 부여받고 전장 깊숙이 들어가나 최후 순간에 다시 공군 폭격기에 의해 총 한방 못 쏘고 부대를 향해 돌아온다. 이들이 밤에 귀대하는 도중의 불붙은 유정의 불길이 밤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인 장면이 괴기하도록 아름답다. 전쟁은 너무나 빨리 또 쉽게 끝나는데 전쟁이 끝나 귀국하게 됐다고 밤하늘에 총을 쏘는 전우들을 보고 아연해하는 앤소니의 모습이 실로 아이러니컬하다. 그리고 앤소니의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식의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영화가 일관성이나 역동성이 모자라고 너무 침잠된 분위기여서 도사가 만든 반전영화를 보는 것 같다. 그렇게 진지하지 않아도 충분히 뜻을 알 수 있건만. 그러나 촬영은 최고급. 배우들의 연기는 무난한 편. 조금만 더 감정적이요 사나웠더라면 훌륭한 영화가 됐을 것이다. 샘 멘데스 감독.
R. Universal.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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