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빛깔이 강해졌다. 며칠동안 하늘은 말갛고 푸르름을 보였었다. 그런 속에서 지내자니 입술, 아니 마음마저도 메말라감이 느껴졌다. 혹 내가 말라지고 바스라져서 어디론가 바람결에 실려 사라질 듯한 불안감이 마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하늘이 내 마음상태를 감지했나 보다. 파란 하늘에 잿빛이 더해지고 공기 도한 축축해졌다. 깊어 가는 가을을 보여주는 나무하며 그 외의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나 보인다.
세상의 느낌을 강하게 보여주는 빗방울이 떨어질 듯한 하늘빛을 그래서 나는 좋아한다. 차가운 기운이 나무를 감싸는 것들을 모두 벗겨내어 허허로이 자리할 나무. 태풍의 눈처럼 자리하는 가을의 나무는 아름답다. 한 생애에서 가장 현란한 빛으로 자신을 내보이니까. 내가 잿빛 하늘을 기다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짙은 어둠에서 보석은 더욱이 빛나 보인다.
격리 당한 듯 지내는 나는 세상물정이 많이 어둡다. 그래서 한가지로 요즘 유행하는 한국가요를 잘 모른다. 예전 한국에서 지낼 때는 좀 과장을 하자면 노랫말을 이어서 단편소설을 엮을 수 있을 정도였었다. 얼핏 들은 가요 중 ‘내가 사는 이유’라는 노래가 있다. 그 노랫말에서는 사람 중 이성의 한 상대를 자신이 사는 이유의 목표로 해서 노래했다.
나는 맹신자도 못 되고 더욱이 광신자도 아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가는 이유를 하나님 때문이라고 선연히 밝힌다. 활동에 제한을 받는 나는 단연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움직이기가 수월하다. 어차피 자유롭지 못했지만 지금 나는 유유자적 잘 지내고 있다. 더 믿고 따르는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절망적인 갈급함에 놓이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의 호젓한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더 넓은 공간에 자리하려는 욕심이 전쟁을 낳고 있다. 요즘 나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재미를 즐기고 있다. 1960년대의 단편소설을 읽는 때문이다. 6.25 동란 이후인지라 전쟁 이야기가 많다. 겪어보지는 않았지만 전해진 이야기로 전쟁의 참담함을 느낄 뿐이다. 지금처럼 정, 의리를 값없이 여기던 때가 아니기에 새삼스레 사람이 지닌 정감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우리 모두는 워낙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자니 불만 아닌 불평을 일삼으며 지낸다. 물론 나도 한가지다. 내가 자유롭지 못할지라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 언제나 주위에 있었고, 또 적은 돈으로 한국택시를 당당히 불렀었다.
그러던 내가 장보는 것하며 외출조차 자제하며 지내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 있으면서 창밖에 그려진 아주 멋진 가을 정취에 취해서 더불어 그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하나님께서 아담을 지으시고 독처하는 것을 안 좋게 여기시어 하와를 더불어 지으신 이유를. 아니, 남자와 여자인 부부도 중요하지만 이웃의 소중함을 더불어 깨달은 거다.
털스웨터 입은 사람이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이 사람, 저 사람의 옷차림이 계절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이런 것이 사람들 중에 지내는 이유, 기쁨이지도 모르겠다.
김부순 <버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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