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자 한국일보의 논단은 ‘추수감사절과 미국’이라는 글을 싣고 있다. 새로운 땅 미국에서 이상적인 몽상가들에 의하여 거듭 시도되었지만 번번이 실패에 그치고 만 ‘원시 공산사회’ 건설의 노력을 돌아보면서 미국이 자본주의의 궁극적인 개화지로 발전해온 의미를 되새기는 글이다.
소련의 70년에 걸친 공산주의 실험이 실패로 끝나고 중국이 자본주의 생산양식으로 전환한지 오래인 지금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때 지금의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이 ‘부두경제학’(voodoo economics)이라고 불러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론을 비웃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누구도 사유재산 제도에 근거한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이제까지 시도되어 왔던 수많은 경제생산 양식 중 가장 효율적이었다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류의 생활수준 향상에 제일 기여해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도 그 나름대로의 심각한 결점을 안고 있다. 문제는 자본이라는 것이 단순히 생명이 없는 물체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일반적으로 생명이 없는 물체는 그 물체를 소유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의사에 따라 움직이고 쓰여진다. 그러나 자본은 그 축적의 규모가 어느 선을 넘을 때에 소유주의 영향을 벗어나 축적된 자본 덩어리 자체로서의 성격과 힘을 가지게 된다. 미국의 GM 같은 대규모 회사의 경우를 상상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는 일이다. GM은 소위 GM 문화라고 불리는 고유의 사업경영 방식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회사이고 GM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 거대한 규모 때문에 미국, 나아가서 세계의 경제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회사이다. 그러나 GM의 소유주인 100만이 넘는 주주들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이렇게 축적된 자본이 그 자체로서의 성격과 힘을 가지게 될 때에 가지는 유일한 목적은 더 큰 자본의 축적이다. 인격체가 아닌 고로 윤리적인 양심을 가지지 않는 자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법의 망에 걸리지 않는 한 사정없이 그 자체를 불려간다. 노동 착취, 미성년자 노동, 독점 및 불공정한 거래행위, 공해 방출 등을 주저하지 않는다. 거대한 공룡 같은 자본의 독주 앞에서 희생이 되는 것은 노동자와 소비자들이다.
이러한 자본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과 책임은 결국 국가의 몫이다. 20세기 초 미국은 극도의 자유방임주의로 치닫던 자본주의의 횡포를 정부의 규제를 통하여 견제하기 시작하였다. 최소임금, 노동조합, 주 40시간 노동, 의료보험, 사회보장제, 독점금지법, 공정거래법, 환경보호법 등은 그 노력의 일부분들이다. 이러한 정부의 규제는 자본과 소비자 및 노동자들간에 불완전하나마 그런 대로 균형을 이루었고 그것은 미국이 1930년 대 이후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시작된 미국의 우경화로 인해 이러한 정부의 규제는 느슨해지기 시작하였고 그 경향은 부시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급진전적으로 가속되었다. 원천적인 문제 중 하나는 부시 정권이 가지고 있는 정부기구에 대한 깊은 불신 내지 경멸이다.
자유방임주의 하의 개인 기업의 효율성에 대한 확신과 그에 반한 정부의 비효율성에 대한 경멸은 부시 정권의 거의 모든 정책에 반영되어 있다. 그 결과는 역사 상 유례없이 극심해진 빈부의 격차, 꾸준하게 계속되고 있는 근로자 실질소득의 감소, 사회보장제의 축소이다. 정부와 국가의 기능과 구실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시급히 요구된다.
김철회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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