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8시. 존 루는 이틀 후에 있을 매우 위험한 전투에 앞서 150명의 부대원 앞에서 전투 훈련에 여념이 없다. “무장 안한 시민은 절대 쏘지 말라. 제네바 협약에 위배된다.” 머리를 바짝 깎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사막전투 복장을 한 키 작은 루가 외쳤다. 부대원들이 잘 들었는지 둘러보고는 “만일 위반하면 10점 감점”이라고 덧붙였다. 시사주간지 ‘라이프’에 이들의 군사훈련이 소개됐다.
민간인 대상 토·일 군사훈련, 모의 전투 프로그램 인기
학생·주부·교사·세일즈맨·퇴역군인 등 다양…3개월 전 예약
내슈빌·포트녹스 등 훈련장서 인질구출, 상륙작전, 시가전
실제 참전군인의 어려움 배우고 자신의 정신력 테스트 기회
부대원들은 모두 긴장하는 모습이다. 너무 엄격한 규정에 다소 실망하는 모습까지 비친다. 여자 부대원도 있고 부부 부대원도 있다. 이들은 수십년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맺은 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모였다. 이 훈련장은 테네시주 내슈빌 외곽지역에 있던 졸튼 공군기지다.
모두 민간인인 부대원들은 주말에 이곳에 모여 신사적인 전투와 조약 준수를 체험한다. 생물학 교사, 보험 세일즈맨 등 부대원들은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이 그랜트 장군의 복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베테런들도 많다. 최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투를 하고 퇴역한 싱싱한 군인들도 다수 있다.
이들은 매주 2,000발의 총알을 사용한다. 안전을 위해 특수 제작한 플래스틱 총알이다. 또 수류탄과 같은 무기와 전투 장비도 구비돼 있다. 이 프로그램을 고안한 존 루는 1993년 10월3일 대니 맥나이트 대령이 이끄는 특수부대가 모가디슈에서 전투를 수행하다 18명의 미군이 전사한 것을 기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당시의 상황을 재연하고 현재 진행중인 이라크 전쟁과의 유사성도 터치한다. 실제 이라크에 진주한 것처럼 리얼하게 전투를 하기도 한다. 인질을 구출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려 곳곳을 뒤진다. 또 완고한 종교 지도자들을 회유하기 위해 뇌물을 쓰기도 한다.
켄터키주 포트녹스에 있는 주스만 도심전투 훈련센터는 진짜 훈련센터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민간인들이 훈련체험을 한다. 2시간 주말체험은 3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만 한다. 이라크의 팔루자와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다. 훈련센터 실제 요원들이 아랍인 복장을 하고 길을 어슬렁댄다. 탱크가 출동하고 자동차가 화염에 휩싸인다. 이는 원격 조정된다. 할리웃의 영화세트 같다.
졸튼 기지의 가짜 군인들은 두 그룹으로 나뉜다. 하나는 가상의 전투상황에서 자신의 대처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그룹과 그저 좋은 경험을 하기 위해 모인 그룹이다. 웹 매니저인 찰리 로빈슨(34)은 평소에는 사냥을 좋아하는 삼촌들과는 달리 뒤에서는 절대 총을 쏘지 않는다는 신조를 갖고 있지만 훈련장에서 시가전에 빠져버렸다. 게다가 애인도 만났다.
싱글 맘으로 주 40시간 일을 하고 풀타임 학생인 브랜디 머틴(24)은 군인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혼자 키우는 딸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이 훈련장에 들어갔다. 네브래스카 링컨에 사는 머틴은 시가전에서 왜 그토록 미군이 많이 희생되는지 알고 싶어한다. 훈련 프로그램에 동참해 직접 소총과 MP5 소형 기관총을 쏘면서 시가전의 위험성을 체험한다.
훈련캠프에서 실시되는 모의 전쟁은 이라크 스타일의 시가전과 과거 남북전쟁이다. 이 두 가지 전쟁은 양태가 다르다. 남북전쟁은 남군과 북군이 밀고 밀리는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친다. 참가자들은 당시의 전쟁을 되살리며 소중한 경험을 나눈다. 남북전쟁에 대한 책 ‘Confederates in the Attic’의 저자 토니 호위츠는 “이 프로그램은 전투의 소상한 측면을 다루기보다 전체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참가자들이 당시의 상황을 개괄적으로 파악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성장한 젊은이들은 군사 훈련을 통해 자신이 평소 게임에서 닦은 실력을 직접 과시할 수 있다는 데 희열에 빠진다. 또 자신의 전쟁 영웅이 된 것 같은 착각 속에서 묘한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일요일에는 3시간짜리 ‘블랙 혹 다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보안경을 쓰고, 부시해트(오스트레일리아 군의 군모)를 쓰고, M16을 들고, 허리춤엔 수통을 차고 ‘적진’에 뛰어든다. 소규모 팀으로 쪼개진다.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어 서로를 섬멸하는 작전이다. 공중엔 헬기가 떠 있다. 작전을 DVD에 담기 위해서다.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면 참가자들은 서로 인사하고 기념촬영을 한다. 주소를 주고받기도 한다. 실제 전투는 아니지만 전투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서로의 친교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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