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홍콩에서 경찰저지선을 뚫고 들어간 뒤 경찰 체포조에 붙잡힌 시위대가 수갑이 채워진 채 무릎 꿇고 앉아 있다. 홍콩AP=연합뉴스
해외서도 과격행태 ‘눈살’
우리 농민과 노동자들이 벌인 사상최대규모의 해외 원정시위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끝에 결국 무더기 연행사태로 치달았다.
외교부는 18일 이규형 차관을 홍콩에 급파키로 하는 등 ‘석방교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교섭은 홍콩 당국에 유감을 표시한 끝에 벌이는 다소 궁색한 협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금까지 한국민이 해외에서 이처럼 대규모로 연행된 적은 없었다”면서 “홍콩은 물론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국 시위대 1,200여 명은 17일 오후5시께부터 경찰 저지선을 향해 깃대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홍콩 경찰은 2,000여 명의 병력을 동원, 바리케이드를 구축한 후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고 진압봉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막았다. 결국 10여 시간 만에 홍콩경찰은 체포작전에 나섰다.
앰브로즈 리(李小光) 홍콩 보안국장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불행하게도 시위대들이 폭력수단을 통해 홍콩의 치안과 질서를 훼손했다”고 연행방침을 밝힌 상태였다. 연행직전 한국 시위대 지도부, 홍콩 주재 한국영사관측은 시위대의 안전 귀가 보장에 대한 협상을 벌였으나 홍콩 경찰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끝까지 해산하지 않은 시위대 900여 명이 연행됐으며 이 중 한국인 600명은 호송차로 각 경찰서에서 분산 배치된 뒤 조사를 받게 됐다. 이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연행에 응했다.
홍콩 공공질서법은 불법 집회 및 시위 참여자에 대해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평화질서를 해치는 폭동에 참여하거나 불법 시위 중 자동차, 건물 등을 파손할 경우 각각 10년, 14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체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홍콩 경무처는 19일까지 연행자들에 대한 구속 여부를 신속히 결정할 것을 지시했다. 최대한 신속히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시위대측은 경찰이 연행 후 조사과정에서 옷을 모두 벗기고 이를 거부하는 연행자의 뺨을 때리는 등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새로운 논란도 예상된다.
CNN은 18일 “수많은 한국 농민들이 평화적 시위를 진행하지 않고 북을 치는 등 경찰과 난투극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995년 베트남 난민 폭동 이후 최대 규모”라고 꼬집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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