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70대 8명 ‘조이 하모니카 동호회’ 만들어
양로병원서 무료 공연… 할머니 팬들 “앙코르”
“어설픈 가락이지만 외로운 노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된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1990년대 말 은퇴한 구자원(76·글렌데일)씨의 삶은 지난해 하모니카를 접하면서부터 새로워졌다. 우연히 들른 악기점에서 본 하모니카는 그가 학창시절 유난히 좋아했던 하모니카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 놓았기 때문이다.
수 십년만에 다시 잡은 하모니카는 예의 그 구수하고 청아한 음색을 갖고 있었다.
극동미주성가단에서 합창단 활동을 하던 구씨는 비슷한 연배의 단원들에게 하모니카의 추억을 일깨워주었고 자연스럽게 모임까지 결성됐다. ‘조이 하모니카 동우회’.
회원들의 평균연령은 60대 중반. 8명의 단원 중 6명이 은퇴노인이지만, 열정은 젊은 사람들 못지 않다. 5개월여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부터 한 달 2회 이상 무대에 선다.
조금만 계단을 올라도 숨이 차는 나이지만, 하모니카만 잡으면 1시간도 끄떡없다. 공연 초반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관객들도 ‘눈물 젖은 두만강’ 같은 가요부터 ‘클레멘타’ 등 세계 각국의 민요까지 척척 소화해 내는 이들의 실력과 다양한 레퍼터리에 앙코르를 연발한다.
조이 하모니카 동호회의 주요 활동무대는 양로병원과 양로보건센터다. 오라는 곳은 많지만 노인들을 위한 공연에 주력하는 이유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어머니 은혜를 부르며 함께 눈물 흘리고, 공연 후에는 다음에 꼭 다시 오라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80대 할머니들의 따뜻한 손길을 놓을 수 없었다.
이승재(63) 단장은 “내가 늙어가니까 일찍 여윈 아버지와 한국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자주 나더군요. 공연을 하면서 나도 부모님 생각하니 서로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행복한 순간이지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20여회 공연을 하면서 사례금을 한번도 받지 않는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좀 더 좋은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지금도 매주 목요일마다 LA에서 팀원들과 함께 연습을 하는 구자원 할아버지는 “나도 젊지는 않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외롭고 소외된 분들을 위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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