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시간 동안 실종됐다 극적으로 구조된 제시 안(가운데)군을 어머니 안윤기(왼쪽)씨가 대견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은 안군의 여동생 재희(12)양. <서준영 기자>
제시 안군 가족과 함께 유타 스키중…
눈 굴 안에서 밤추위 견뎌
새해 첫날 사촌들과 함께 스노보드를 타다 실종된 한인 고교생이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산사태 주의보까지 내려지는 극한 상황을 침착함과 기지로 견뎌내고 22시간만에 극적으로 구조돼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인 제시 안(16·한국명 한준·크레센타밸리 고교 11학년)군은 생사가 갈리는 혹한 속에서도 할리웃 산악영화를 떠올리며 눈 속에 웅덩이를 파고 들어가 추위를 이겨내고 눈으로 허기와 갈증을 채우며 침착하게 구조를 기다리는 기지를 발휘했다.
LA 크레센타밸리에 사는 안군의 극적인 구조 스토리는 가족 및 사촌들과 함께 신년연휴를 보내기 위해 지난 12월31일 유타주 샌디에 있는 ‘스노버드 스키장’으로 여행을 떠나면서부터 시작된다. 평소 좋아하는 스노보드를 즐기던 안군은 이날 오후 1시께 해발 1만1,000피트가 넘는 산 꼭대기 근처에서 길을 잃었다.
먼저 슬로프를 내려온 사촌들이 아무리 기다려도 안군이 내려오지 않자 오후 4시께 안군의 부모에게 알렸고 안군 가족들은 곧바로 경찰 및 스키장에 실종 신고를 냈다. 솔트레이크 카운티 셰리프국 등은 100여명의 수색·구조대원들과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스키장 주변 산악지대를 샅샅이 뒤졌으나 안군을 찾지 못했으며 날씨 악화로 인해 자정께 결국 수색을 포기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불안케 했다.
다음날 새벽 6시께 수색을 재개한 대원들은 오전 11시께 안군이 처음 스노보드를 타던 장소에서부터 30~4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헬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안군을 발견했다.
LA로 돌아온 5일 기자와 만난 안군은 “사방이 캄캄해지자 부모님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머니 안윤기(41)씨는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가슴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이가 다시 내 품에 안긴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감격해 했다.
안군 스토리는 구조 당일 유타 지역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으며 5일 미 전역에 방영되는 CBS-TV(채널 2) 아침 토크쇼인 ‘얼리 쇼’(Early Show)도 많은 시간을 할애, 안군의 생존 경험담을 시청자들에게 알렸다. 안군은 “또다시 산에서 스노보드를 타겠느냐”는 질문에 “스노보드를 사랑하기 때문에 조만간 친구들과 다시 산에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된 제시 안군이 담요를 덮고 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구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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