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 주셨다
밤새도록 자지 않고
눈오는 소리를 흰떡으로 빚으시는
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 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
빨간 화롯불 가에서
내 꿈은 달아오르고
밖에선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매화꽃이 눈 속에서 날리는
어머니의 나라
어머니가 이고 오신 하늘 한 자락에
누이는 동백꽃 수를 놓았다
섣달 그믐날 어머니의 도마 위에
산은 내려와서 산나물로 엎드리고
바다는 올라와서 비늘을 털었다
어머니가 밤새도록 빚어놓은
새해 아침 하늘 위에
내가 날린 방패연이 날아오르고
어머니는 햇살로
내 연실을 끌어올려 주셨다
김종해(1941 - )
‘어머니와 설날’전문
눈이 내리고, 썰어놓은 흰떡은 눈처럼 쌓이고, 산과 바다에서 나는 제일 맛있고 싱싱한 것들이 도마 위에 올려지고, 어머니는 밤을 새워 이렇게 설을 장만하신다. 설날 아침, 누이는 어머니 마음 어딘가에 동백꽃을 수놓아 드리고 아이는 방패연을 띄우며 애기까치라도 된 양 신이 나서 깡충거리는데 축복의 손길이신 어머니는 또 햇살로 연실을 당겨주시니 이렇게 복으로 가득 채워진 날 더 있을까.
문인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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