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는 갱스터 아버지를 뿌리치고 노예농장 해방 작업에 몰두한다.
미국 인종차별, 영상고발 시리즈
덴마크 감독 라스 본 트리어의 ‘USA 3부작’의 중간 드라마로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비판했다. 그는 제1부 ‘닥빌’에서는 미국의 폭력과 범죄를 비판한 도덕극을 연출했었다.
비행기를 싫어해 해외여행을 안 하는 영화 순수선언의 발기자 중 하나인 본 트리어가 왜 미국의 치부와 병폐를 물고 늘어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닥빌’처럼 이 영화도 관객의 지적 호기심과 토론을 야기할 만한 진지하고 흥미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완전 무대극 식으로 소품도 몇 개 없고 검은 선으로 무대에 미국 지도를 그려놓고 차가 그 위를 달리는 식의 지극히 추상적 스타일을 취한 데다 대사도 많지 않아 아무나 볼 영화는 아니다. 전편처럼 존 허트의 해설로 진행된다.
1933년. 전편에서 갱스터인 아버지(제임스 칸 역을 이번에는 윌렘 다포가 맡았다)와 함께 콜로라도를 떠난 그레이스(니콜 키드만 역을 이번에는 훨씬 젊은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맡았다)는 앨라배마로 가던 중 맨델레이라는 이름의 목화농장 앞에 당도한다. 그레이스는 목화농장이 남북전쟁이 끝난 70년 뒤에도 가혹한 여주인 맴(로렌 바콜)이 부리는 일단의 노예들에 의해 경작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대경실색 노예 해방운동에 나서기로 한다.
아버지의 ‘지역문제’에 간섭하지 말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그레이스는 맨달레이에 남아 불의를 교정하고 해방된 노예사회의 재구조 작업에 나선다(맴은 그레이스가 도착하자마자 죽는다).
그런데 문제는 노예들이 해방이 됐는데도 근성을 못 버리고 나태하고 자발적으로 일을 안 하는 점. 이에 그레이스는 교육 세미나를 열고 다수결로 문제를 해결하는 민주제도를 도입하면서 이들을 독려한다.
그레이스의 지도하에 농장은 번성하나 영화는 그레이스가 자기를 겁탈하다시피 한(흑인 남자는 정력이 세다는 말에 대한 은유적 비판) 티모시에게 채찍질하는 아이로니컬한 장면으로 끝난다.
이 영화의 근저에 끌린 물음은 과연 민주주의는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강제로 주입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빙자해 전쟁을 하는 미국에 대한 암시적 비판이다. 성인용. IFC. 9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어바인 유니버시티 타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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