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보울 MVP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씨가 이른 아침 자신의 집앞에서 애견 ‘해피’를 끌어안고 환히 웃고있다. <김선엽 기자>
“오르막 있으면 내리막도...
항상 겸손 잃지말라 가르쳐
아들 덕에 벤츠 타지만
월급 600달러 일은 계속”
“인생에는 언제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법이야. 올라갈 때 조심해야지”
8일 새벽 밤샘 기다림 끝에 산책길에서 만난 수퍼보울 MVP 하인스 워드의 어머니 김영희(55)씨. 남들이 일어나기도 전 화장을 곱게 끝내고 깔끔한 누비옷에 다소 허름한 바지, 샌들을 신은 채 강아지 ‘해피’와 운동을 시작한 김씨는 미국과 한국의 최고 스타로 떠오른 아들이 승리의 기쁨에 취해있던 순간에도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일들이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
무엇보다 김씨의 걱정은 MVP에 오른 아들이 혹시 자만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것. 어릴적부터 빗자루로 매질까지 해가며 일부러 더 엄하게 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다 세상 무서운 줄 알아야 겸손해진다”는 무언의 교육이었다.
하루종일 걸려오는 한국과 미국 언론의 전화가 피곤하고 귀찮은 듯 아예 전화선까지 빼버렸다는 김씨는 “워드가 7년전 프로로 나갈 때부터 미국 방송과 신문사들이 매일같이 전화를 하고 찾아오고 난리”라며 “뭐 똑같은 거 계속 묻지 말고 알아서들 써”라고 말해 오히려 취재기자가 머쓱해질 정도였다.
하지만 묵뚝뚝하기만 했던 김씨는 아들이 MVP에 오른 얘기가 나오자 금새 얼굴에 웃음이 넘치며 “정말 MVP는 뜻밖이야. 그렇게까지 잘할 줄은 진짜 몰랐다”라며 아직도 진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아들처럼 낙천적이지 못하다며 “다 제가 알아서 크고 제 성품이 좋은 탓”이라고 아들을 추켜세웠다.
김씨는 아들이 풋볼 선수가 된 이후로 집이며 차, 생활비를 몽땅 대주고 있다며 “일하는 것도 못하게 얼마나 성화를 부리는지 한번은 실제로 일을 그만뒀는데 한두달 쉬니까 오히려 병이 났다”며 “오히려 일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현재 일하고 있는 학교 구내식당에서 받는 월급은 600달러가 고작. 아들이 사준 은색 벤츠 자동차마저 없었다면 스타 어머니의 이미지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김씨는 “그래도 이 동네에서 벤츠 타는 식당 아줌마는 나밖에 없어서 모두들 부러워해”라며 자신의 생활에 만족을 표했다.
현재 김씨가 살고 있는 2베드룸 콘도에서 함께 사는 애완견 ‘해피’는 아들이 7년전 NFL에 합류하기 위해 애틀랜타를 떠나면서 엄마에게 준 선물. 김씨는 “엄마 외롭지 말라고 이 녀석을 사주고 갔는데 요즘은 ‘해피’가 우리 아들 대신이야”라며 활짝 웃었다.
<애틀랜타 지사 김선엽·황재원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