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순자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에서 한인 배우 트레이시 조(숙희역·가운데)씨가 연극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연극‘써건과 나타샤’17일 레이븐극장서 초연
11일 오전 노스 할리웃의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 무대 위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리자 저스틴 피(나타샤역)가 힘없이 주저앉는다. 방아쇠를 당긴 트레이시 조(숙희역)는 당혹감과 놀라움으로 어쩔 줄 모른다.
한흑 갈등의 도화선으로 지목됐던 ‘두순자 사건’이 15주년을 앞두고 무대 위에서 재현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흑간의 불신과 반목으로 얼룩졌던 1991년과 달리 화해와 상생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17일 레이븐 극장에서 초연되는 ‘써건과 나타샤(TheGun & Natasha)’는 백인여성 메리 만의 원작을 토대로 이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휴머니티 카운슬(California Council for the Humanities)로부터 5,000달러의 지원금을 받은 이번 연극은 극장 공연과 별도로 3개 초등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도 공연될 정도로 교육적 메시지를 인정받고 있다.
공연 연습장에서 만난 연출가 잭 켄들은 “이 사건은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다”며 “메시지는 총기 사용의 비극과 부당성이 초점”이라고 설명했다.
유대인 연출자와 한인, 흑인, 백인 배우가 참여하는 이 공연은 한인업주와 흑인소녀간에 오렌지주스 한 병을 두고 벌어졌던 비극을 인종이 아닌 폭력의 비정당성으로 바라보고 있다. 15세 흑인 여성역을 맡은 저스틴은 “어린 생명이 사라진 것은 비극이나 그 책임을 특정인에게만 덮어씌울 수는 없다. 사건의 본질은 총기 사용이 가져오는 폭력의 위험성인 듯 하다”고 말했다.
연극에서는 한인 여성이 총을 손에 넣으며 겪는 심적 갈등 등 사우스LA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인 업주들의 불안한 심리 상황이 잘 묘사돼 있다. 업주인 숙희역을 맡은 트레이시 조는 “연습을 하며 한인과 흑인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오해 등에 대해 많이 생각할 수 있었다”며 “이 작품은 백인에 의해 씌워져 양커뮤니티 모두에 호소력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 배우 중 일부는 타지 출신으로 두순자 사건을 배우며 공연에 임한다고 밝힌 반면 일부는 아직도 1992년 LA폭동 당시 뉴스 화면과 두순자 사건의 충격이 오버랩되고 있다고 밝혔다.
발생 15주년인 2005년, 두순자 사건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갈 때 무대 위에선 두순자 사건의 의미와 폭력에 대한 반성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출가인 켄들은 “두순자 사건을 한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면서 “많은 한인들이 연극을 보고 사건의 의미를 재발견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공연은 이번 달 셋째주와 넷째 주 금토일에 열린다.
<이석호 기자>
▲공연 문의(818)415-3154, 레이븐 플레이 하우스(5233 Lankershim Blvd., North Holly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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