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진 간섭 소신경영 좌절감
실적부진 압박에 부담 느낀듯
지난해 2월4일 나라은행에 공식 부임해 이제 갓 취임 1년을 넘긴 양 행장이 15일 이사들에게 전격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그 원인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 행장의 사임이 공식화될 경우 나라은행은 3개월 단명으로 끝났던 홍승훈 전 행장(현 아이비은행장)에 이어 또다시 행장 중도 사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나라은행 주변에 따르면 양 행장이 스스로 행장직을 내던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부임 이후 일부 이사진들의 지나친 견제와 간섭으로 소신 경영을 하지 못한 것에 좌절을 느껴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양 행장은 부임 첫 세 분기 동안 나라은행의 꾸준한 영업 성장세를 이끌어왔으나 지난해 마지막 분기 들어 자산과 예금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는 등 실적 부진을 보이면서 이를 문제삼는 일부 이사들의 압박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 행장은 특히 일부 이사들이 은행내 사소한 일까지도 일일이 이사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최고경영자로서의 역할이 무시되는 데 대해 이사들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내부에서 은행 운영·감독을 둘러싸고 기존 나라은행 지분 보유 주주 출신 이사들과 이종문 이사장과 백제선, 박기서 이사 등 사외 영입파 이사들이 대립해 온 가운데 영입파 이사들의 전횡이 이번 양 행장의 사퇴 표명을 몰고 온 한 배경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은행 주변에 따르면 ▲영입파 이사들이 주류사회 출신임을 내세우며 다른 지도부 및 직원들을 무시하는 태도 ▲커뮤니티 은행에 문외한이면서도 은행 비즈니스에 대한 지나친 간섭 ▲심지어
연간 계획에 따른 은행의 연말 행사까지도 개인 일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변경을 요구하는 등의 무리한 등이 경영진과 직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왔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사소한 일까지도 사사건건 이사들에 시달려 온 게 사실”이라며 “이사회가 경영진 감독에 있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하지 못한 게 이같은 문제를 부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양 행장이 개인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펀드 매니지먼트 사업을 따로 구상해온 것으로 알려져 개인적인 계획이 은행을 떠나겠다는 결정의 주 배경이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종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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