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사스 농촌일가 살해범 이야기
현재 상영중인 오스카 작품상 후보작 ‘카포티’(Capote)의 주인공은 맨해턴의 문학계 유명 인사였던 트루만 카포티의 얘기다. 이 영화는 오는 5일의 오스카 시상식서 카포티로 나온 필립 시모어 하프만이 주연상을 탈 것이 확실하다. ‘카포티’의 내용은 카포티가 캔사스 농촌 일가족을 살해한 두 살인범 중 하나인 페리 스미스를 장기간 집중 인터뷰해 ‘냉혈’이라는 베스트 셀러를 출판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1967년 리처드 브룩스가 제작·각본·감독한 흑백(콘랜드 홀의 촬영이 진하다) 영화 ‘냉혈’이 새 프린트로 스테레오로 재상영된다. 이 영화와 ‘카포티’를 같이 보면 흥미 있을 것이다.
‘냉혈’은 1959년 11월15일 감방 동료 페리 스미스(아내 살해혐의로 기소돼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로버트 블레이크의 출세작)와 딕 히칵(스캇 윌슨)이 캔사스 농촌 홀콤의 클러터 일가족 4명 살해사건을 다룬 것이다. 페리와 딕은 감옥에서 클러터가 집에 현찰 1만달러를 보관하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 출옥 후 밤에 이 집에 침입한다. 두 전과자가 클러터 일가족을 하나 하나 잔인하게 살해하는 모습이 리얼하게 묘사되는데 너무 끔찍하다. 얻은 것 없이 도주한 둘은 멕시코로 갔다가 다시 돌아와 라스베가스에서 경찰에 체포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랜싱의 캔사스 주립교도소에 수감돼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두 범인의 모습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듯 자세히 보여준다. 페리와 딕은 여러 차례의 상고와 형 집행중지 끝에 1965년 4월4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기술적으로 탁월한 작품으로 제목처럼 냉정한데 문제는 두 살인자를 사회의 희생자로 묘사한 점. 인간을 짐승처럼 살육한 자들을 동정적으로 그려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또 이 작품은 사형제도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기도 했다. 흥미진진하고 강렬한 드라마로 블레이크의 연기가 훌륭하다. 음악은 퀸시 존스. 컬럼비아 작품. 9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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