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숙

달의 인력이 아니라
물고기들이 울어서 넘치는 것이다
발목이 젖는 게 두려운 사람들아
제 눈물에 저를 담그고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라

조석간만이 아니라
바다가 울어서 넘치는 것이다
세상의 눈물 콧물 다 훔쳐주던 억척어멈도
한번쯤 제 슬픔에 겨워 넘치는 것이다

뭇 생명들이 처음 태어난 곳도 저 눈물 속이었다


해일이 일어나 바닷물이 넘치는 것은 달의 인력이나 조석간만의 차가 심해 생기는 자연현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자식들 눈물 콧물 닦아주며 살아오던 억척어멈, 슬픔에 겨워 한바탕 목놓아 쏟은 눈물이라는데 그 눈물에 행여 발목이라도 적실까봐 도망을 가는 사람들은 물고기들이 쏟아놓은 제 눈물에서 헤엄치며 살고 있는 이치를 알 수 없지. 사람도 자기 눈물이 어떤 건지 그걸 알며 산다면 두려움이 있을 리 없을 텐데.
문인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