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릴랜드주 랜햄에 사는 로리 메이브리는 자기 집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한 회사 손에 맡긴 것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AT&T와 로컬과 장거리 전화, 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패키지로 계약하면서 최소한 50달러를 절약했고 다달이 수표를 석장씩 발행할 일도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중 인터넷 부분을 다른 회사로 바꾸려고 하니까 거래 전체가 깨져버려 메이브리는 심기가 불편하다.
커뮤니케이션 회사들 대부분 ‘꾸러미 서비스’
AT&T, 인터넷 기반 TV 위해 벨사우스 합병
버라이즌은 디렉TV와 제휴 인터넷위성TV 묶어
큰 텔레콤과 케이블회사들은 그렇게 여러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것이 미래의 비지니스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그런 전제 아래 대기업들이 합병하고 소비자 시장이 재편성되고 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그에 동조하는 속도가 느리고 메이브리처럼 실제로 겪어 본 사람들은 실상은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모든 사람이 ‘번들’을 원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는 포레스터 리서치사 분석가 매리벨 로페스가 제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입자중 ‘꾸러미’로 묶은 서비스를 선택한 사람은 단 5%에 불과하며 모든 서비스를 한 회사에서 구매하는데 관심있는 소비자는 전체의 4분의 1 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과거 조금이라도 나은 조건이 나올 때마다 장거리 전화회사들을 바꾸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고객 서비스가 나쁘기로 이름난 텔리콤 업계에서 한 회사에 모든 서비스를 맡기기를 꺼리고 있는데 한 꾸러미로 묶이는 서비스의 가짓수가 많을수록 그것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은 더 적어진다고 로페스는 덧붙였다.
꾸러미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일차적으로 할인혜택을 누리기 위해 보통 두세가지 종목을 한꺼번에 선택한다. 케이블및 전화회사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방법으로 묶어 놓은 서비스들이 더 잘 팔린다고 말한다. 예를 들자면 텔리비전 프로그램을 셀폰으로 녹화하고 시청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회사측 입장에서는 꾸러미 서비스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많을수록 그들이 다른 회사로 옮겨갈 가능성은 작아진다. 그래서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 같은 전화회사가 수십억달러를 들여 광섬유선을 깔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과 텔리비전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해서 케이블 회사로부터 손님을 끌어 들이고 풀서비스 패키지를 갖추려는 것이다. ‘AT&T’와 ‘벨사우스’의 합병도 부분적으로는 인터넷 기반 TV 보급을 앞당기려는 노력이다.
소비자들도 더 나은 거래를 찾아 기존의 경계선을 넘고 있다. 케이블회사의 전화서비스를 이용하는 가구가 500만이고 위성 텔리비전과 인터넷, 전화 요금을 한데 묶어 지불하는 사람도 150만명이나 된다. 2개 이상의 서비스를 신청하면 최소한 요금을 월 10달러는 할인해주는 ‘칵스 커뮤니케이션’에서 3가지 서비스를 한묶음으로 구입하는 사람은 100만명이 넘는다. ‘칵스’는 ‘컴캐스트’, ‘타임워너 케이블’및 서너개 다른 회사들과 함께 ‘스프린트 넥스텔’을 통해 무선전화 서비스도 추가할 것을 논의중이다.
‘버라이즌’은 ‘디렉TV’와 제휴해서 전화및 인터넷 서비스에 위성 텔리비전을 묶고 있다. ‘버라이즌’이 ‘파이오스’ 텔리비전 서비스를 판매할 자체 네트웍을 갖고 있는 일부 지역에서 모든 서비스를 패키지로 구입하는 요금은 하나씩 따로 구입하는 총액보다 10% 정도 싸다. ‘AT&T’도 ‘에코스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위성 텔리비전 서비스를 포함한 패키지 가격을 15% 가량 싸게 내놓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회사들은 신규 가입자들에게는 더 크게 할인해준다. 처음 서너달 또는 1년간의 소개기간에는 염가로 제공하다가 나중에 제 값을 받는 것이다.
일단 편리한데다 텔리비전과 전화를 2개월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워싱턴 교외에 사는 도먼 가족은 지난해 11월 ‘파이오스’ TV를 포함한 ‘버라이전’의 토털 서비스 패키지를 구입했다. 첫 소개기간이 지난 다음에는 원치않는 서비스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하기에 전화선 하나, 별도 인터넷 전화, 고속 인터넷 접속및 텔리비전 서비스를 한 꾸러미로 구입했던 것이다.
첫 3개월이 지나 첫 요금 청구서가 올때까지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청구된 금액을 보니 총 305달러, 생각지도 않았던 서비스와 수수료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이미 취소했던 프리미엄 서비스들이 버젓이 들어 있었고 분당 10센트 정도라야 적당할 장거리 전화 요금으로 분당 1달러71센트가 청구되어 있었다. 절약하려고 패키지를 신청했는데 정 반대의 결과가 된 것이다.
묶음을 풀어 로컬및 장거리 용으로 인터넷 전화를 따로 신청하고, 청구서에 나타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고보니 그래도 손해는 아니었다고 제프 도먼은 말한다. 과거보다 더 싼 값에 더 큰 인터넷 용량을 사용할 수 있으니 묶음 서비스도 가치가 없지는 않다는 것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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