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미역 한 줌 물에 담근다
미역은 불어도 검은 물이 우러나지 않는다
미역은 검은 것일까? 씻은 미역을 끓인다
뽀얗게 우러나는 미역
비릿한 엄마의 젖 맛이 난다 미역은 검어도
보이지 않는 속살은 젖살처럼 뽀얄 것이다
끓이면 진국이 되는
미역 같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득한 자궁 속 탯줄은 잘렸어도
나는 아직도 미완의 존재, 보이는 몸과
보이지 않는 생각으로 태어나
평생토록 하는 일이란
생겨나는 눈의 물을 닦아내고
보이는 것 속의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헤매는 일
더러 벅찬 일에 마음이 달아나도 속을 끓이는 건
미처 보지 못한 불투명한 무엇인가를
투명하게 보고 싶은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역을 끓인다
미역은 검어도 흰 물이 우러난다.
강학희 ‘미역국을 끓이며’ 중에서
바짝 말라비틀어진 시커먼 미역을 물에 담구면 울어나는 것은 검은 물이 아니라 바다에서 막 건질 때 같은 보드라운 너울거림이다. 팔팔 끓는 물에 집어넣고 끓이면 끓일수록 엄마의 젖 같은 뽀얀 물만 울어나는 미역, 평생 눈물이나 닦아내며 살아오는 미완의 삶이 벅차고 힘들어 보여도 투명을 향해가는 의지는 삶을수록 하얀 진액을 내놓는 미역처럼 아름다움만 울어낼 것이니 상긋한 바다 냄새, 그 미역국 한 솥 끓여볼 일이다.
문인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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