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년간 전국의 주의회들에서 비만과 관련해 상정된 법안이 400개에 육박했다. 2003년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4분의 1은 통과됐다. 2003년에는 통과율이 12%에 불과했으니 크게 증가한 셈이다. 워싱턴 연방의회에서도 한 회기 중 비만이란 단어가 들어간 법안이 56개나 됐다. 미 정부당국자가 비만이 테러보다 더 위험하다고 공언할 정도로 이 문제는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건강관련 전문가들은 정부로 하여금 업체들이 소프트드링크에 비만 경고문을 부착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촉구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아예 패스트푸드에 가칭 비만세(Fat Tax)부과하자고 요구했다. 이러한 의견이 전혀 과장됐거나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미국인 60% 이상이 비만이다. 1980년 이후 비만에 속하는 미국인이 거의 2배로 늘었다. 2003년 비만과 관련한 의료비용이 750억 달러에 달했다. 이 비용 가운데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을 통해 납세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약 절반을 차지한다.
전국 주 의회들 비만 관련 법안 약 400개 상정
음료에 경고문, 비만세 신설 등 아이디어 백출
정부, 비만 관련 사망 연간 10만~30만명 추산
청소년 실태 매우 위협적… 평균수명 단축 우려
지난 2월 메디케어 프로그램은 비만관련 수술을 커버해 주기로 했다. 간단한 수술을 하더라도 2만5,000달러가 든다.
정부의 부담은 점점 커진다. 이는 곧 납세자의 부담이다. 연간 비만 관련 사망자는 10만~30만명으로 정부는 집계했다.
더욱이 우려할 일은 청소년들 사이에 비만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5년간 비만 청소년이 3배나 늘었다. 타입2 당뇨 위험에 처한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이다. 어른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던 치명적 타입2 당뇨가 이제 10-11세에게도 나타난다는 섬뜩한 현실이다.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요즘 어린 세대들의 평균수명이 대폭 단축될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아칸소 주지사 마이크 허커비는 주 공무원들에게 흡연 시간을 주는 대신 운동 시간을 주고 있다. 또 아칸소 공립학교들은 청소년들의 비만 여부를 간접적인 측정방식으로 잰 뒤 그 결과를 부모에게 ‘조용히’ 우송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주정부가 청소년 비만에 간여하고 있다. 애리조나는 캠퍼스에서 판매하는 모든 식품과 음료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설정해 놓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내년부터 캠퍼스 내에서 스낵과 같은 정크푸트 판매가 금지된다. 켄터키는 ‘하루에 30분, 1주일에 150분 운동’을 모든 학교에 의무화하고 있다. 매릴랜드는 캠퍼스 밴딩머신 사용시간을 제한할 계획이다. 그리고 많은 주정부는 영양관련 강좌를 교육 커리큘럼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한마디 거들었다. “방법은 없다 덜 먹고 더 뛰어야 한다”고. 그러나 문제는 실천의 어려움이다. 고 칼로리 음식에 길들여져 있는 미국인들이 과연 이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까? 칼로리에 세금을 부과하면 될까? 음주운전, 안전벨트미착용을 엄벌하고 금연을 강화하는 등 정부의 철퇴가 효과를 보긴 했다. 그러나 비만은 다르다. 상대적 박탈감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하지 않는 게 비만이다.
그저 나쁜 습관은 아니다. 생존을 위해 섭취하는 음식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담배를 멀리할 수 있지만 음식을 멀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담배는 간접흡연의 해독으로 인한 여론 형성이 압력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비만은 사정이 판이하다. 또한 신속하고 가시적인 결과를 원하는 정치인들에게 ‘반 비만 캠페인’은 매우 지루하고 막연한 운동이다. 그러니 정치권에서도 이렇다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모가 직장 생활로 모두 바쁘다보니 자녀들에게 신선한 저 칼로리 음식을 제 때 제공하지 못해 패스트푸드나 고 칼로리 음식을 먹게 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비만을 막는 일은 결국 개개인의 몫이라는 견해가 많은 것도 이해된다. 강요에 의해 고 칼로리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에 게을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까닭이다.
부시 행정부의 ‘반 비만 캠페인’은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만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식품업계는 민감한 부분에서 빠지길 원한다. 맥도널드는 수퍼사이즈를 없앴다.
코카콜라는 12세 이하를 대상으로 TV프로그램 중간에 삽입하던 광고를 거둬들였다. 크래프트는 오리오스보다 닭고기 흰 살로 만든 런처블을 더 홍보하고 있다. 이들 대형 식품업체들은 과거 담배회사들이 저지른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신경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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