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 주민들이 육지로 석유드럼을 나르고 있다.
폐유조선에 사는 서민들의 애환
페르시아만에 떠 있는 가라앉는 폐 유조선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을 통해 이란의 현실을 은유한 독창적이요 신선하고 변덕스러운 우화로 재미있다. 이 유조선은 해상 시민아파트로 온갖 유형의 홈리스들이 살고 있는데 이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모습과 일상을 보는 것만 해도 큰 재미가 있다.
이 ‘폐선 아파트’를 총 관리하는 사람이 터번을 쓰고 긴 옷을 걸친 엄격하면서도 인자한 철권 통치자 네마트 선장(알리 나시리안). 네마트는 니모 선장이요 에이하브 선장이라 하겠는데 절대권을 휘두르며 주민들의 생계와 아동 교육과 혼사와 장례까지 도맡아 관장, 주민들은 그를 하늘처럼 경외한다.
네마트에게 반항하는 유일한 사람이 그의 보좌관인 사춘기 소년 아마드. 아마드는 이웃 처녀를 사랑해 가슴을 앓으나 처녀의 아버지는 딸을 비싼 값에 팔아먹을 생각을 한다. 아마드는 사랑 때문에 커다란 희생을 치르게 되는데 둘이 달밤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처연하게 아름답다(여기 나오는 여자들은 모두 얼굴에 검은 마스크를 써 가면무도회 여인들 같다).
주민들에게 약에서부터 셀폰 통화까지 팔아먹는 네마트는 정부의 철수명령에도 아랑곳 않고 자기 사욕을 채우면서도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열성을 부린다. 그는 배의 쇠를 뜯어내 고철로 팔아먹는가 하면 당나귀를 노력 동원해 배 안의 석유를 퍼내 드럼에 채운 뒤 바다에 띄워 육지로 보내 팔아먹는다.
주민들은 모두 무식하고 가난하고 무기력해 네마트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는데 우리는 그가 이란의 실권자의 상징임을 알게 된다. 배가 자꾸 가라앉는 바람에 고집을 부리던 네마트는 주민들을 이끌고 육지로 이동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모세가 유대인들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가나안으로 가는 것 같다.
모세는 가나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죽었지만 네마트는 목적지인 광야에 도착한다. 그가 허허벌판에 이상향을 짓자고 주민들에 설명하는 모습이 터무니없이 우스우면서도 감동적이다. 나시리안의 연기가 도도하고 촬영도 아름다운 시적 작품이다.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 성인용. Kino. 뮤직홀(310-274-6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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