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인터뷰] ‘살인 누명’ 벗고 컴백하는 힙합그룹 업타운
시끌시끌하다.
살인누명을 벗고 가요계 복귀를 앞둔 힙합그룹 업타운(Uptown)의 스티브(김상욱)가 무려 2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미국 캘리포니아 경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사실이 알려진 뒤다.
2000억원이란 엄청난 금액의 소송을 진행 중인 스티브의 심경이 궁금해 마주 앉자마자 물었다. 곧바로 돌아온 대답이 놀랍다. 단 한 번도 배상 청구액이 2000억원이라고 확정해 않았다고 한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내용과 전혀 다른 이야기다.
2000억원이라고 직접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보도돼 당황스러웠다는 스티브는 지금 (소송)시작인데 말 실수하면 결국 비난의 화살은 내게 돌아온다.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체 2000억원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 옆에 있던 소속사 직원은 사석에서 나눴던 이야기가 부풀려져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찰과 교도소와의 힘든 싸움을 앞둔 스티브의 얼굴에 억울함에 역력한 이유를 그때서야 알 것 같았다.
잊어버릴 수 있는 일인데 나쁜 꿈처럼 다시 돌아온다
비단 2000억원이 아니더라도 스티브는 불편한 눈치다. 가요계 복귀를 꿈꾸며 돌아온 고국 땅이지만 평탄하지 않은 지난 시간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새 음반 발표에 앞서 갖는 여러 인터뷰에서 반복해 ‘누명’을 설명해야 하는 일에도 지친 모양이다.
잊어버릴 수 있는 일인데 나쁜 꿈처럼 다시 돌아온다. 직접 겪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묻고 쉽게 이슈를 만든다. 나와 가족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악몽이고 조용히 소송을 진행하고 싶다.
기자들의 계속되는 질문에도 맘이 편치 않는 듯 보인다. 마음 아픈 일인데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면 가슴 아프다는 그는 (소송은) 꼭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억울함을 풀고 싶어서라고 했다. 중요한 건 (살인) 사건이 벌어진 전날까지 만난 내 친구가 죽었다는 사실이라도고 했다.
그러면서 스티브는 미국 영화 ‘쇼생크 탈출’을 이야기했다. 영화 속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왜 앞에서 비난하지 못하나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살인 사건과 연루됐음이 국내에 알려진 뒤 비난의 여론은 뜨거웠다. 무혐의 판정으로 풀려났을 때도 비난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스티브가 궁금한 것은 따로있다. 돌아온 자신에게 왜 비난의 지격탄이 날아들지 않는가다.
떠나 있을 때 욕하던 많은 사람들이 앞에서는 비난하지 못한다. ‘누가 그러더라’고는 아무나 말 할 수 있다.
순탄치 않은 경험으로 할 말이 많은 스티브는 억울한 심정을 새 음반에 고스란히 담았다. 다음달 초 발매되는 업타운 5집에 미국에서 받은 누명과 무혐의로 풀려나기까지의 과정은 물론 그 속에서 받은 상처, 아픔을 직접 가사로 썼다.
12곡이 수록된 이 음반은 리더 정연준이 프로듀서는 물론 전곡을 작곡하고 ‘원년멤버’ 스티브와 칼로스(이현수)가 합류했다. 한국계 미국인 새 여성보컬 세이도 함께다.
컴백? 두렵지 않다
업타운이란 이름으로 발표하는 신보는 오랜만이지만 그동안 멤버들은 각자 음악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정연준은 프로듀서와 작곡가로 활발히 활동했고 얼마 전 싱글 ‘슬로우잼’도 내놓았다. 스티브와 칼로스 역시 미국으로 돌아간 뒤 2003년 ‘업타운 3000’이란 그룹을 결성해 온라인 음반을 발표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이 돌아온 곳은 업타운이다.
자신감에 차 시간이 걸렸지만 다시 왔다라고 말하는 칼로스는 컴백? 두렵지 않다고 했다. 우리가 나쁜 사람이었다면 결국 나쁜 상황이 벌어져야 하지만 지금은 나쁜 상황이 아니다고도 했다. 새 출발을 앞둔 각오가 대단하다.
정상급 힙합그룹에서 미국으로의 추방, 살인 누명 그리고 무혐의. 생과 사를 오가는 고통을 겪은 이들이 완성한 음반이 그간의 아픔을 만회할 수 있을지 그 결과에 세상의 눈이 모이고 있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이해리 기자 dlgof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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