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0대 엄지족들은 ‘침묵의 소리’로 대화한다. 하루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사는 것이 사춘기에 접어든 10대의 가장 큰 특징이었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요즘 10대들은 거의 말을 하지 않는다. 가족들조차 목소리를 듣기 힘들 정도다. 대신 거의 모든 의사소통을 ‘문자’를 통해서 한다. 셀폰으로 텍스트를 날리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인스턴트 메시징에 매달리기 때문에 손가락이 혀의 역할을 대신한다.
거의 모든 의사소통을
셀폰 텍스트 보내거나
컴퓨터 인스턴트 메시지
통신요금 수백달러 예사
“대화기술 못익혀”걱정
올해 18세인 딸의 셀폰 대금으로 매달 평균 300달러 이상을 지불한다는 한 아버지는 통화료만 많이 나오는 딸의 ‘무성 통화’ 방식에 불만이 대단하다. 온 가족이 모여 앉은 저녁식사 테이블에서도 식탁 아래로 두 손을 내려뜨리고 수시로 친구에게 텍스트를 보내기 일쑤인 딸은 줄잡아 매달 1,000건 이상의 텍스트를 보낸단다.
셀폰업체인 노키아는 2002년만 해도 북미주 셀폰 가입자의 22%만이 텍스트 메시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그쳤으나 지난해는 이 비율이 36% 늘어났다고 전했다. 또한 버라이존은 2005년 한해동안 전세계적으로 5,000억건의 문자 메시지가 오갔으며 2010년에는 이 수치가 2조3,000억건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정도면 문자교환에 중독된 10대 청소년들이 좀처럼 대화의 기술을 익히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화의 기법’이라는 책을 펴낸 소냐 함린은 최근 캘리포니아 고교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진학 인터뷰 요령에 관한 강의를 했는데 이들의 답변 대부분이 정보 함량이 지극히 낮은 단답형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함린은 10대들이 상대의 말을 듣고 응답하는 습관이 안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문자 메시지처럼 여러 차례 되풀이 해 읽을 수 없는 음성 메시지에 당혹감을 느낀다는 것.
더구나 셀폰으로 텍스트 메시지를 보낼 때 사용 가능한 최대 문자수가 160자로 제한되어 있어 축약어를 많이 쓰게 되는데 여기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이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이들을 구사해 나이든 상대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각 주정부를 지원해 공립교의 학력기준 향상을 돕는 비영리단체 어치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고용주의 34%는 신규 채용한 고교졸업자들의 대화술에 큰 불만을 표시했다. 또 취업한 대졸자의 45%와 고졸자의 46%가 직장에서의 공적인 대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10대 청소년들은 도대체 말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요즘 한창 잘 나가는 하이틴 스타 린제이 로핸은 “셀폰 텍스트 메시징과 페이스북, 인터넷 메시징에 푹 빠져 사는 탓에 이제는 친구들끼리 모여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라 각자 문자를 날리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텍스트 메시징이 10대들의 대인관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니다”는 시각도 있다. 지배적인 의사소통의 매체에 끊임없는 변화가 일고 있고, 이에 따라 대화 방식도 달라졌지만 기본적인 나눔의 인간관계에 변화가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할 일이 못된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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