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과 부엌에서 사용하는 살균제에 함유된 화학물질이 매일 우리의 자연환경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 화학물질은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나 식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러한 상황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정부기관이 전혀 없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최근 ‘환경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이란 학술저널에 실린 존스 홉킨스대학의 연구보고서가 위험한 현실을 소상히 적시하고 있다. 가정에서 빠져나오는 하수에는 화학물질의 약 75%가 그대로 들어 있다. 이 화학물질이 찌꺼기로 남아 농장이나 농토를 오염시킨다. 특히 트리클로카반과 트리클로산 등 두 가지 화학물질이 미 전역의 농토 등에 스며드는 양이 연간 200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살균제의 환경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말해준다.
비누·방향제·치약 등 가정필수품 수두룩
2000년 이후 살균제 1,500여종 출시, 오염 부채질
화학물질 하수에 75%남아, 연간 200톤 농지에 버려져
환경친화적 세균 죽이고, 내성 강한 변종 박테리아 생성
전문가들 “요주의”경고 불구, 정부감독기관 “아직은”느긋
2000년 이후 살균제 1,500종이 새로 출시됐다. 제약회사가 만들어 판매하는 다양한 종류의 살균제는 당장 우리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마구 사용되지만 정작 시간이 지나면 자연오염이란 부메랑이 돼 우리의 뒤통수를 때리고 만다는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는 없는 듯하지만 서서히 땅과 물에 녹아들어 잠재적 위험을 낳게 된다.
살균제의 환경오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50여년 간 살균제는 하수를 통해 자연에 차곡차곡 쌓였다. 문제가 심각한데도 사회의 경각심은 의외로 미미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 지에 대한 각성과 주의가 부족하다.
일례로 볼티모어 지역의 한 하수처리장에서 배출되는 찌꺼기에 살균 화학물질이 연간 1톤 가량 포함돼 있다고 이 연구보고서는 언급했다. LA 지역에서도 연간 수십만 톤의 찌꺼기가 하수 처리된다. 이 가운데 화학물질 잔여분이 들어 있어 우려된다.
하수처리장에서 폐수 처리되고 남은 찌꺼기는 연간 수십 억 파운드에 달한다. 1인당 47파운드씩 버린 셈이다. 이를 고체 형태로 만들어 농토에서 폐기처분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금속과 병원균을 제거되지만 화학물질은 그대로 놓아둔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화학물질 가운데 트리클로카반은 비누, 방향제, 치약, 도마, 어린지장난감 등에 포함된다. 다른 화학물질 트리클로산은 주로 액체 비누에 함유돼 있으며 모유는 물론 유럽의 민물고기에서 검출됐다. 이들 화학물질 자체는 사람의 피부에 접촉했을 때 아무런 유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우회적으로 인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 염소 성분과 화학작용을 일으켜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환경친화적인 세균을 죽인다. 문제는 이 살균제가 환경을 오염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하도 많은 살균제가 사용되다보니 박테리아도 이들 살균제에 내성이 생겨 한결 강력한 새로운 박테리아로 변형된다. 살균제를 써도 죽지 않는 강한 박테리아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란 우려다.
하지만 아직 화학물질이 식수와 농작물을 오염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 살균제 제조회사에 대한 강력하고 구체적인 규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연방환경보호청(EPA)은 화학물질의 위험에 대한 연구보고서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정도다. 볼티모어의 하수처리장에서의 화학물질 배출이 미 전역의 하수처리장을 대표할만한 표본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규제를 행동에 옮기기에는 ‘2%’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LA카운티 위생관리 담당 선임엔지니어 앤 헤일은 환경보호 차원에서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화학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시냇물로 흘러 들어가면 야생동물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화학물질이 함유된 찌꺼기 처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캘리포니아 하수 찌꺼기의 3분의 1이 처리되는 컨카운티는 6월 6일 농토에서 이를 처리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안을 표결을 한다. 만일 금지안이 가결되면 LA의 경우 연간 수백만 달러의 추가비용을 들여 애리조나에서 찌꺼기를 처리해야 할 판이다.
LA카운티의 하수 찌꺼기는 지난해 16만 톤. 이 가운데 약 37%가 땅에 버려진다. 그리고 나머지는 소각된다. 살균제의 화학물질을 없애는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소각과정에서도 화학물질은 여전히 남을 수 있다.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조사와 사용자의 무관심과 부주의로 이러한 화학물질이 확산되고 환경을 오염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우리 건강의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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