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A카운티에서 가슴이 붙은 멕시칸 두 쌍둥이를 갈라놓는 수술을 한 외과의사들의 개가가 주류언론에 보도되었다. 훌륭한 일이었다. 두 아이들이 잘 자라 뛰어 놀 모습이 그려지고 집도한 의사들이 존경스러워 보이고, 모두가 좋다?고 했으면 좋겠는데, 그 좋은 뉴스를 보는 마음 어느 구석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150만달러나 된다는 그 수술비는 누가 부담하는 것일까. 신문보도로는 병원 아무 곳에서도 그 얘기는 하기 꺼려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곳 사는 분들의 세금이 그 걸 해결해야 될 것이란 보도였다. 어렵게 태어난 아이들을 돕는 인도적인 아름다운 일에 누가 돈 문제를 꺼내는가. 문화인들답지 않지만, 그러나 누군가가 재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게 현실이다.
많은 아이들이 조그만 의료혜택을 못 받아 병에 시달리고, 직업을 가진 이들도 의료보험이 비싸서 어느 정도의 치료쯤은 눈감고 지나가는 이 현실에서, 150만달러란 큰돈을 그렇게 쓰는 것이 이 사회에서 가장 유용하게 쓴 것이었을까.
문제는 보통사람들의 병은 유명한 외과의사들의 주의를 못 끌고, 그걸 잘 고쳐 봐야 그 전문의들의 커리어에 도움도 안 되고, 또 물론 신문에 날 일도 아닌 현실에 있다.
요즘 여러 공립 초중고교 교사들의 연구 과제를 본 분들이 있으면 아마 같은 생각을 하신 분들이 있으리라 믿지만 상당한 과제가 보통 학생들이 기본과목들을 어떻게 잘 배우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특화된 연구제목으로 아마 해당 학생은 전체 학생 숫자의 백분의 일도 안될 희한한 제목들이 많다. 물론 희한할수록 심사위원들의 주의를 끌 확률이 높고 연구 결과도 존경스러워 보일 게 틀림없다.
그렇지만 많은 학부모들은 아마 이런 존경스런 연구 실적이 많은 공립학교가 아니라 학생들의 기본적인 과목들을 효과적으로 가르치는 아주 소박한 커리큘럼을 가진 사립학교를 더 좋아하고 사실 자식들의 장래를 생각하면 그것이 더 유익하리라 믿는 분들이 많을지 모른다.
대학교육도 그렇다. 어느 동부의 유수한 주립대학의 어느 수퍼스타 경제학 교수는 얼마 전 연구논문 얘기로 학술지 편집인과 전화하다가 수업시간이 된 줄도 잊고 있었다. 강의실에서 기다리다 지친 학생들의 전화를 받은 학과 사무실에서 연락을 받은 이 교수는 물론 놀라지도 않고 자기 조교를 강의실에 대신 보냈다. 그 조교가 어떻게 그 강의를 소화했는지는 그 강의시간에 거기 있던 학생들만 알 것이다.
그렇다고 그 교수가 학과장에게서 후에 주의를 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대학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다. 그런 말도 못 꺼낸다. 그것만이 아니다. 일년에 한번 하는 교수업적 평가 때에 그 교수는 “탁월한” 업무평가를 받고 승급도 가장 많이 받는다. 아마 그 교수의 연구는 그 많은 경제환경에 관한 가정 중에서 두어 가지 가정이 변화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연구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교수는 미국 실물경제에 대해서는 잘 모를지도 모르고 그것이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필자가 예를 든 것은 아주 소수 분야이지만, 아마 다른 곳의 전문가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전문화는 좋으나 너무 세상이 전문화 되다보면 원래의 존재 목표가 희미해질 수도 있다. 갑자기 초중학교 시절 가난하지만 훌륭한 인품을 가지고 열심히 우리를 가르치시던 선생님들이 다시 보고 싶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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