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에서는 빈 라덴이 아랍세계에서 영웅시되었고 미군의 이라크 점령에서는 자르카위가 공포의 존재로 떠올랐었다. 그러나 빈 라덴은 세월이 지나면서 빛이 바랬고 자르카위는 마침내 죽었다. 이슬람 수니파인 자르카위는 시아파에 대해서도 무자비한 공격을 감행했었기 때문에 이슬람 세계 내에서조차 “잘 죽었다”고 속이 시원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아랍 세계에서 떠오르는 별은 누구인가. 무슬림들은 서슴지 않고 헤즈볼라를 지휘하고 있는 하산 나스랄라를 꼽는다. 나스랄라는 아랍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다는 점에서 자르카위와는 전혀 질이 다르다. 연일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폭격에 희생자를 내면서도 헤즈볼라의 사기가 꺾이지 않는 것에 서방기자들은 놀라고 있다. 오히려 이번 전투에서 사기 저하된 것은 이스라엘군이다. 상대가 예상외로 강하기 때문이다.
헤즈볼라의 이같은 힘의 근원은 나스랄라의 리더십에 뿌리를 두고 있다. 레바논 전국에 나스랄라의 초상화가 붙어있고 컴퓨터와 셀룰러폰에도 그의 얼굴이 떠오르는 등 그에 대한 무슬림의 존경은 우상에 가까울 정도다. 아얄론 주미 이스라엘 대사조차 “나스랄라는 이스라엘이 만난 적중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평하고 있다. 라스랄라는 누구인가.
올해 46세의 라스랄라는 레바논에서 태어났으며 이란 회교학교에서 성직자가 된 후 베이루트로 돌아와 헤즈볼라 조직에 가담, 이스라엘군과 싸워 왔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기 폭격에 맏아들을 잃었다. 그의 공식 직책은 회교 성직자이며 레바논의 시아파 의장이다.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을 선언했을 때 팔레스타인에 살고 있던 아랍인들은 이스라엘 국민이 되기를 거부하고 이웃 나라인 레바논, 요르단, 시리아. 이집트 등으로 산산이 흩어졌다. 남부 레바논에 팔레스타인촌이 생긴 것도 이 때이며 지금은 이들의 조직이 커져 레바논 정부가 눈치를 보는 형편에 이르렀다. 남의 나라에서 셋방 살며 힘을 키운 것이 헤즈볼라고 시리아와 이란의 후원으로 하마스보다 막강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나스랄라는 정치력도 능해 레바논 의회에 15명이나 헤즈볼라 세력을 진출시켰으며 학교 재단, 병원 등 여러개의 비영리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레바논의 극빈층을 이루고 있는 무슬림들의 병원비, 자녀 교육, 취업, 생활비까지 헤즈볼라의 이름으로 지원하고 있다.
나스랄라의 목표는 호메이니식 이슬람 혁명으로 레바논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 다음 모든 헤즈볼라 대원이 죽을 각오로 이스라엘과 싸워 유대인을 중동에서 몰아낸다는 전략이다. 공존이 아니라 유대인 축출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측에서도 나스랄라와는 타협의 여지가 없고 미국은 그가 레바논 미해병 막사 차량폭파로 250명의 희생자를 낸 테러사건의 배후 인물이기 때문에 회교 지도자 아닌 테러리스트로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나스랄라의 지도력에 감복한 헤즈볼라 대원들이 자살 특공대 지원을 앞다툴 정도로 충성심이 강하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이 지금 레바논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무슬림의 최고의 행복은 알라를 위해 죽는 것”이며 이스라엘 폭격 희생자는 모두 순교자임을 강조한다.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 한 무슬림은 언젠가 이스라엘을 중동에서 몰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헤즈볼라의 용감함에 대해 지금 아랍 세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이들에게 동정을 보내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이 심해지고 희생자가 늘어날수록 죽음의 천사 나스랄라는 더 영웅으로 떠오르는 것이 레바논 사태의 또 다른 얼굴이다.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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