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이 제작한 연극 두 편이 한인타운과 컬버시티에서 각각 무대에 오르고 있다. ‘웨딩 셀리브레이션’(Wedding Celebration)은 극단 ‘비전극회’의 창단 공연이고 극단 ‘세의자’의 ‘이상, 나는 너를 듣는다’(Sang Lee, I Hear You)는 이 극단의 네 번째 작품.
‘웨딩…’의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가 한인이고 대사도 한국어였던 반면 ‘이상…’은 연출가 김철승을 제외하면 배우와 나머지 제작진이 모두 외국인이었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편의 연극을 지난달 25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차례로 관람했다.
극단 비전극회 ‘웨딩 셀리브레이션’
제작·출연진 모두 한인… LA이민 애환과 갈등 그대로
일반 소극장에서 상연된 ‘웨딩…’은 경기도 송탄의 미군부대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희곡작가 전훈의 ‘결혼 전야’를 LA 한인타운 현실에 맞게 번안한 작품이다. ‘렉서스’ ‘렌트비’‘마켓 세일’등 LA 한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단어들이 대사에 등장했다. 연출자의 의도처럼 오늘날 LA 한인들의 애환과 갈등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아메리칸 드림에 좌절하고 신분 문제로 고민하는 한인들은 동감의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연극이다.
그러나, ‘웨딩…’은 아쉬움이 남았다. 제작진과 배우들의 경력에 비해 극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력은 2% 부족했다. 극중간 관객들의 웃음을 끌어내고 있지만 어색함이 묻어 났다. 한 연극 관계자는 “무대에서 배우들이 실제로 음식을 먹었고 샴페인을 터트렸다. 무대에서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연극의 기본이다. 바닥이 젖어 배우가 넘어지지 않을까 불안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연극인도 “첫 공연이고 LA의 연극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공연 준비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다소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비전아트홀(530 S. Virgil Ave., LA)에서 2일 오후 8시와 3일 오후 3시·5시 공연한다. 문의 (213)393-0455 비전극회.
극단 ‘비전극회’의 창단공연 ‘웨딩 셀리브레이션’(Wedding Celebration).
극단 세의자 ‘이상, 나는 너를 듣는다’
주인공역 연기 몰입 기대이상… 연출가외 모두 외국인
실험극단을 표방하고 있는 세의자의 ‘이상…’은 기대이상이었다. 공연 일주일 전 연습장을 찾았을 때는 주연 배우의 감기 몸살로 연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어 과연 막이나 제대로 올릴 수 있을까 걱정됐었다. 그러나 막상 공연이 시작됐을 때 크리스틴 베르코비치는 무대에서 연기에 완전 몰입했다.
이상의 아내 변동림 역을 맡은 베르코비치는 관객들로 하여금 이상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만들었다.
극 중간에 들려지는 이상의 시 낭독과 베르코비치가 한국어로 들려주는 ‘울밑에선 봉선화’와 ‘나는 가슴이 두근거려요’는 한인 관객들에게는 보너스처럼 느껴졌다.
2006년의 마지막 가는 여름을 연극을 보며 보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컬버시티 보이스카웃 빌딩(10866 Culver Bl.)에서 2∼3일 오후 8시 공연한다. 문의 (310)837-6068 극단 세의자.
극단 ‘세의자’의 네 번째 공연 ‘이상, 나는 너를 듣는다’(Sang Lee, I Hear You).
<정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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