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잠자리가 내 눈앞에 내려앉았다
염주알 같은 눈으로 나를 보면서
투명한 두 날개를 수평(水平)으로 펼쳤다
모시 같은 날개를 연잎처럼 수평으로 펼쳤다
좌우가 미동조차 없다
물위에 뜬 머구리밥 같다
나는 생각의 고개를 돌려 좌우를 보는데
가문 날 땅벌레가 봉긋이 지어놓은 땅구멍도 보고
마당을 점점 덮어오는 잡풀의 억센 손도 더듬어보는데
내 생각이 좌우로 두리번거려 흔들리는 동안에도
잠자리는 여전히 고요한 수평이다
한 마리 잠자리가 만들어놓은 이 수평 앞에
내가 세워놓았던 수많은 좌우의 병풍들이 쓰러진다
하늘은 이렇게 무서운 수평을 길러내신다
문태준(1970~ ) ‘수평(水平)’ 전문
모시같이 얇은 두 날개가 양쪽으로 뻗은 잠자리의 수평을 본다. 물도, 하늘도 수평인 것을 어떻게 알아내어 저렇게 균형 속에 자리를 잡았는지, 무너질 리 없는 수평의 중심에 자리 잡은 염주알 같이 깊은 사려의 눈동자에 비쳐진 나의 모습이 부끄럽다. 늘 생각 때문에 좌우를 살피고 머리를 굴려온 사람의 욕심뿐이니 그 위에 세워놓은 좌우로 즐비한 병풍 같은 자취들은 한순간에 쓰러지고 마는 나의 수평, 부끄러울 뿐이다.
문인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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