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한인인 USC 러닝백 이매뉴얼 무디는 NFL로 떠난 레지 부시의 공백을 메울 후보로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USC러닝백 이매뉴얼 무디
“8학년이 되어서야
대가족 부양하신
어머니 희생 알았죠”
헬멧을 벗은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오랜 친구 같은 편안함이 절로 느껴졌다. “아∼, 역시 핏줄은 감출 수 없구나.” 환한 미소와 따뜻한 눈매가 인상적인 그는 피부색이 약간 짙은 것을 빼면 전형적인 코리안 얼굴이었다. 영화배우를 해도 되겠다고 느껴질 만큼 잘 생긴 청년이었다.
“코리안 할 줄 아냐”고 물으니 “안녕하세요”라고 답하는데 몇 마디 나눠보니 외모만큼이나 마음도 부드러운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락부락한 풋볼선수와 힘든 인터뷰가 되지 않을까 긴장했던 한 가닥 우려는 눈 녹듯 사라졌다.
이매뉴얼 무디(19). 대학풋볼 전국 최강팀인 USC의 1학년생 러닝백이다. 올 봄 텍사스주 어빙 인근 소도시 코펠의 코펠 고교를 졸업하고 USC에 갓 입학한 풋내기 대학생이지만 그는 올 봄 고교를 졸업한 러닝백 가운데 전국 최고 중 하나로 평가받았던 ‘수퍼 유망주’이기도 하다. 지난해 대학풋볼 최우수 선수로 하이즈만 트로피를 받은 뒤 NFL로 떠나간 전 USC 수퍼스타 러닝백 레지 부시의 후계자로 주목받는 기대주다. 지난 2일 아칸소와의 시즌 개막 원정경기에서 단 7차례 러싱으로 58야드를 달리며 터치다운 1개를 뽑아내 단숨에 USC 러싱선두로 나선 그는 이번 주말 네브래스카와의 홈경기(16일 오후 5시- 채널 7)에서 스타터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올 봄까지 고교생이었다는 것과 그의 소속팀이 막강 USC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수퍼보울 MVP 하인스 워드(피츠버그 스틸러스)와 마찬가지로 한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해프 코리안’이다.<본보 11일자 A-1면 보도> 그의 아버지 유진 무디는 주한미군으로 복무시절 서울에서 한인 여성 장영선씨를 만나 결혼한 뒤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낳았으며 이매뉴얼은 이들 중 막내다. 이들 부부는 이매뉴얼이 6세 때 이혼했고 이매뉴얼은 이후 13년째 아버지를 본 적이 없다. 이후 장씨는 세탁소와 편의점 종업원 등 한번에 두세 잡을 뛰며 3명의 어린 자녀 외에 친정어머니와 어린 동생까지 5명의 대가족을 혼자서 부양했다. 그 당시 어려웠던 생활에 대해 이매뉴얼은 “하나님이 지켜주시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 가족은 없었다”라고 단정한다.
이매뉴얼은 한국말을 잘 한다. 어머니가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자신을 키워준 외할머니와 대화하려면 한국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 한국말 대화의 80%는 알아듣는단다. 하지만 읽고 쓰는 건 못한다. 어렸을 때 한글학교를 한 달간 다니다가 너무 어려워 그만뒀다.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해준 음식을 먹고 자랐으니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한식을 먹어야 한다는데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니 갈비, 짜장면, 불고기, 볶음밥 등이 줄줄이 나온다. 그렇게 그를 잡으려고 애쓰던 텍사스대를 뿌리치고 USC를 택한 이유 중에는 남가주에 수많은 한인들이 살고 있는 점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ESPN을 통해 하인스 워드의 인터뷰를 보면서 “완전히 내 라이프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누군가가 나와 거의 똑같은 삶을 살고 내가 겪은 것을 그대로 겪었다는 사실이 너무도 신기했다”는 그는 자신 역시 흑인 동네인 어빙에서 학교에 다닐 때 워드와 마찬가지로 어린 마음에 한인인 어머니가 부끄럽게 느껴져 학교에 올 때 좀 떨어진 곳에 자신을 내려달라고 했었다고 털어놨다. 8학년이 돼서야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의 뜨거움을 깨달았고 그 후 어머니와 혼혈인 자신의 배경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삶의 어려움을 독실한 신앙에 의지하여 극복한 그의 어머니는 3년 전 목사안수를 받고 지금은 어빙의 한인연합감리교회(KUMC)에서 소그룹 목회자로 사역하고 있다. 어머니의 신앙을 물려받은 이매뉴얼은 “나는 하나님께 큰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고 자처한다. 그의 한국이름은 ‘반석’이다. 예수님 제자인 베드로처럼 반석 같은 믿음을 가지라고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이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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