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을 존중하는 삶의 자세로 협회를 이끌어 온 박종태 회장. <서준영 기자>
“원칙 지키니 협회 잡음도 사라져”
단체는 규모에 상관없이 리더에 따라 그 모습이 몰라보게 달라진다. 그만큼 단체를 이끄는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다. 남가주에서 소매상을 운영하는 한인 업주 4.000여명을 회원으로 거느리고 있는 가주 한미식품상협회(KAGRO)는 지난 2004년 9월부터 새 리더를 만나 영향력 있는 한인 경제단체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활기차게 가주 한미식품상협회(KAGRO)를 이끌어온 박종태 회장을 만나 협회의 비전과 활동상, 계획을 들어봤다.
앤드류 영 비하발언 소송 취하했지만
‘한인 편견’ 그대로 남을까 걱정 많아
강화된 삼진법 피해 예방교육 강화
차기 회장 선거 무난히 치렀으면
가주 한미식품상협회(이하 KAGRO)의 박종태 회장은 최근 직면하고 있는 협회 현안으로 오는 22일로 예정된 차기 KAGRO 회장 선거와 앤드류 영의 한인 비하 발언 대처건을 꼽았다.
영과 월마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여러 한인 단체들의 뜻에 따라 최근 이를 취하한 박종태 회장은 “훗날 한인 1세들이 흑인들에게 썩은 고기를 팔아 남긴 이윤으로 한인 2세들이 편안히 잘 살고 있다는 식의 잘못된 편견은 여전히 가슴이 아프다”며 “이같이 잘못된 사실이 역사에 남게될 지가 지금까지도 걱정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이끄는 KAGRO는 현재 미성년자 주류 판매 3회 적발 시 영업이 정지되는 삼진법에 의해 협회 회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인 업주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으며 협회 차원에서 삼진법을 오진법으로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시에서 관할하는 히어링제도도 일방적인 시의 통보를 기다리는 기존의 방법에서 업주를 포함한 5인 위원회를 소집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잘잘못을 가리도록 하는 전치주의(settlement) 법안 발의를 추진 중이다.
이밖에도 ▲필립모리스사의 담배 소송 건 승리 ▲리커 스토어마다 방탄 유리 설치하기 운동 ▲5개 초등학교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백 팩 2,000개 증정 ▲장학생 선발 및 장학금 증정 ▲매달 회원들을 위한 세미나 개최 등 지난 2004년 9월부터 박 회장이 지휘봉을 잡은 후 KAGRO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협회 내 잡음이 사라지고 분위기도 한층 차분하고 성숙해 졌다는 회원들의 평가다.
전체 이사 54명 가운데 여성이 4명이나 되고 30대 젊은 이사도 눈에 띈다. 인신 공격성 발언은 회장 권한으로 중지된다. 세미나나 행사 때에는 부모 대신 참석한 1.5세, 2세들도 쉽게 눈이 띄어 협회가 한층 ‘젊어졌다’는 소리도 종종 듣는다.
“처음 회장직을 맡을 때부터 ‘공부하는 KAGRO’, ‘원칙을 지키는 KAGRO’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협회의 업무 일지와 공문서 등은 모두 스크랩으로 보관해 두기 시작했고요. 그래야 내가 회장직에서 물러나도 협회가 그동안 어떻게 운영되어 왔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평소 ‘원칙을 존중한다’는 삶의 철학을 실천해온 박 회장은 기준이 되는 원칙을 지키면 협회도, 운영하는 가게도, 가정도 잘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건너와 줄곧 리커 스토어를 운영했던 박 회장은 지금도 사우스 LA 지역에 리커 스토어 하나를 갖고 있다. 협회 운영에 가게까지 힘들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리커 스토어는 내 인생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곳”이라며 “그냥 재미 삼아 하는 거요”한다.
가족으로는 부인 진 박씨 사이에 2남 2녀를 두고 있는데 큰아들 마이클과 둘째딸 클라라는 변호사이며 큰딸 크리스티나는 세계 5위 프랑스 의류회사 ‘비전’의 CEO이며 막내 리차드는 북미 아이스하키(NHL) 밴쿠버 커닉스 공격수로 활동하고 있다.
“아무리 운영하는 가게 일이 바쁘고 힘들어도 자녀들과는 항상 진심으로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박 회장은 지금까지도 자녀들의 생일날이면 어김없이 부인과 비행기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돌아오는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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