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주요 언론과 본보(25자 A1면) 등에 게재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북한 핵무기 5-6개 보유’ 보도는 완전 허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도 사소한 번역실수에서 빚어진 어이없는 오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천만다행 오보이기도 했다.
이 뉴스를 처음 타전한 연합뉴스는 24일 오후(SF시간) 관련기사를 전면 취소하면서 혼선을 빚은 데 대해 사과했다. 확인결과, 이 보도는 강석주 제1부상이 지난 7월 평양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 당시 실제로 한 발언이 아니라 필자인 로버트 칼린 전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과장이 21일 노틸러스연구소 홈페이지에 ‘추락하는 토끼(Wabbit In Free Fall)’라는 제목으로 강 부상의 입장에서 연설 형식으로 쓴 에세이에 불과했다. 필자가 이를 에세이라고 밝혔으나, 마치 회의참석자 중 누군가 비망록을 공개한 듯 워낙 생생하게 돼 있는데다 폭발적 사안이어서 이를 읽은 북한 전문가들이 연합뉴스에 긴급 제보했고, 연합뉴스는 검증절차 없이 방대한 부속기사와 함께 이를 긴급 타전했다.
연합뉴스는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취소 및 사과 기사를 타전했으나 이미 마감시간이 지난 뒤여서 일부 지역에는 대형오보가 그대로 전달됐다. 문제의 글 서두에 “리처드 부시(브루킹스 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센터장)가 나(칼린)에게 윌리엄 새파이어(뉴욕타임스 정치 칼럼니스트)를 모방하고 김정일과 영혼의 교감을 나눌 것을 제안했다”고 쓰는 등 칼럼에 소설적 기법을 곧잘 사용한 새파이어의 글 형식을 흉내낸 칼린 전 과장은 한국언론의 오보소동 직후 확인인터뷰 등을 통해 “사소한 풍자도 허용되지 않을 만큼 (한국민에게) 북한문제가 심각한 것 같다”며 씁쓸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가주 한인사회 상당수 인사들은 민감한 사안이 철저한 검증이나 여과절차 없이 보도된 데 대해 생뚱맞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그게 사실이 아니라니 천만다행 아니냐”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이번 사태는 악의없는 주의의무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나, 북핵문제가 지구촌 한인사회에서 그만큼 폭발적 사안임을 거듭 입증해준 해프닝이기도 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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