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시간 이상 공항 보안검색대에 서 있다 보면 여행자들에 대해 몇 가지 알게 된다. 그 가운데 추선 여행자들의 양말이 대체로 깨끗하다는 것을 파악하게 된다. 둘째, 상상 이외로 많은 여행자들이 하모니카를 휴대하고 있음을 간파하게 된다. 셋째,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과거보다 한결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국 4만3,000명의 교통보안청 직원들은 여행자들의 소지품과 짐을 일일이 검사한다. 미국 행 여객기 폭파 기도가 사전에 발각돼 불발로 그쳤지만 교통보안청 직원들에게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 사건 이후 휴대용 액체를 비롯해 폭발성 물질에 대한 검색이 무척 깐깐해졌기 때문이다.
연방 교통보안청의 4만3,000명 테러 방지에 촉각
영어 능통 시민권자, 70파운드 거뜬히 들 수 있어야
채용 후 첫 40-60시간 훈련에 매주 3시간 추가 교육
자다가도 X-선 스크린에서 라이터 집어낼 정도로 능숙
여행자 안전과 불편 최소화의 ‘두 마리 토끼잡기’에 온 신경
버지니아 주의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일하는 교통보안청 직원 매트 벌거(28)의 움직임을 보자. 그는 면도용 크림 통이나 치약, 캘빈 클라인 향수병도 가차 없이 정지시켰다. 통과 전에 재삼 확인했다. 가방 주인 그레그 보이어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검색과정을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또 가방 안에서 40여달러가 나왔다. 벌거는 “혹시 이 돈을 의심스러운 일에 쓸 사람에게 줄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보이어는 “절대 그런 일 없다”고 했다. 벌거는 “이해해 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이렇게 해서 보이어는 통과했다.
오후 3시30분 아주 바쁠 때다. 벌거와 동료 직원들은 테러 예방을 위해 여행자들의 휴대품과 짐을 철두철미하게 검사한다. 동시에 여행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부담도 지고 있다. 이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자가 하루 3만 명이나 되니 안전과 편의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공항검색 과정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도대체 이런 검색으로 정녕 테러를 막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서 입술에 바르는 연고조차 안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볼멘소리까지 다양하다. 일관성이 없고 주먹구구식이라는 것이다.
벌거는 너무 바쁘고 자신의 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불평에 귀를 기울일 틈이 없다. 만일 불평하는 여행자가 있으면 공손하게 대응한다는 자세를 갖고 있을 뿐이다.벌거는 이제 관리직에 있어 승진 기회도 많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9.11 테러 이전에는 이러한 일이 없었다.
벌거는 2002년 5월 개인보안회사에 검색요원으로 취업했다. 그러다 그해 말 교통보안청이 항공안전을 관장하게 되면서 공무원으로 자리를 바꿨다. 연방정부의 검색 요원이 된 것이다. 벌거는 이 일을 통해 자신이 나라의 안위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가득 차 있었다. 냉소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여행자들도 벌거의 진지한 태도만큼은 인정할 정도다.
덜레스 공항에는 671명의 풀타임 검색요원이 배치돼 있다. LA공항의 경우 검색요원이 이 보다 3배나 많다. 검색요원이 되려면 보안검사와 건강 검진 등 엄격한 신원조회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70파운드 무게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영어가 유창해야 하고 시민권자라야 한다.
신참들은 40-60시간의 훈련을 마쳐야 한다. 그리고 매주 최고 3시간의 훈련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자면서도 X-선 스크린에서 담배 라이터를 집어낼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금속탐지기, X-선 영상기, 가방조사, 폭발물 감지기계 등을 두루 담당한다.
벌거는 오후 12시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일한다. 가장 바쁜 시간대다. 덜레스 공항에서 이 시간대에 1만5,000명이 검색대를 통과한다. 오랫동안 수많은 여행자가 지나가는 검색대에서 일하면 코가 맹맹해진다. 발 냄새가 원인이다. 신발까지 조사하는 바람에 더 그렇다. 그래서 검색요원들이 은밀히 사용하도록 공기정화기를 지급하고 있다.
어떤 여행자는 무심코 애완동물을 검색대에 데리고 지나간다. 어떤 이는 금지된 날카로운 도구를 갖고 들어가다 걸린다. 벌거는 이들이 고의로 그랬는지 아니면 실수로 그랬는지 판별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한사람 한 사람 검색대를 통과하다보니 어린 자녀와 잠시나마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 때 장내가 떠나가도록 우는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는 검색대에서 똑바로 서지 못해 요원으로부터 지시를 받았으나 이행하지 않아 부모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부모는 이 아이가 자폐증 환자니 괴롭히지 말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하루 일을 마치면 귀가 멍멍하고 정신이 어리어리해지는 일이지만 이들 검색요원은 안전한 항공여행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에 테러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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