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떼들 서랍 안으로 비밀한 행진을 한다 서랍 손잡이를 지나고 지나고 나면 사라진다 틈새로 스미는 햇살을 나르고 있다 갇혀 지낸 긴 시간들 어머니의 젊은 시절이 하얀 먼지로 일어나 오늘 저 서랍 안은 가슴 태우던 날들 만나고 있다 오랜 작은 서랍 안에서 한시절 이 세상 서 계셨던 당신을 잊혀진 사진첩 속 기억을 꺼내어 개미떼들 틈새의 햇살을 나르고 있다
박남교 ‘개미떼들’ 전문
서랍 틈새로 개미들이 들어간다. 아니, 버려두다시피 잊혀진 것들을 찾아 들어간다. 마치 개미들이 햇빛을 나르는 것처럼, 어머니의 사진첩에 나의 기억이 가 닿자 한 평생을 분주하게 서서만 사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환하게 일어나고 어둠 속에 묻혀있던 것들이 하나하나 드러난다. 줄지어 어둠 속을 드나드는 개미들은 햇빛을 나르며 잊혀진 것들에도 생명력을 부여하는 진지한 삶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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