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열심히 일하고 노후를 위해 재정적으로 준비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인 면에서의 준비와 적절한 마음가짐이 없이는 즐거운 은퇴생활이 힘들다는 얘기들을 한다. 그동안 여기저기서 읽은 것 중 제대로 된 조언을 모아보았다.
필자는 아직 은퇴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모든 나이의 사람들이 먼저 알고 있어야 할 것들이 많아서 여기에 소개를 드린다. 마음에 드시는 것들만 읽어주시고 기분에 맞지 않는 얘기는 잊어주시길 바란다.
먼저, 은퇴하면서 이제는 매일 12시에 일어나 골프나 매일 치고 맛좋은 것만 먹고살겠다 하는 생각을 하는분은 아직 은퇴준비가 되지 않은 분이라고 한다. 평생 일하다가 갑자기 일 을 놓고 골프만 치면 3~4년 지나서 미치게 되고 미치면 사람이 늙는다고 한다. 이렇게 늙게 되면 그 다음은 은퇴가 천당이 아니고 지옥이 된다는 얘기다. 그러니 건강한 상식을 가진 이들의 은퇴계획은 새로 커리어를 시작할 때처럼 철저한 계획이 앞서지 않고는 실패한다는 얘기다.
어디에 살 것인가? 절대 이상향 같은 은퇴자들의 천국에는 가지 말 것을 권한다. 프로방스가 그렇게 좋으면 거기에 집을 사서 이사갈 생각 말고 거기에 가서 휴가처럼 좀 살다가 오라는 얘기다. 신이 호텔을 만들어 놓은 데는 이유가 있다. 또 은퇴마을에 가면 안 되는 이유는 이렇다. 왜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같은 나이의 늙은이들만 보고 싶어질 리가 없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도 보고, 보기 좋은 젊은 이성들과 같이 일하고 재미있게 생활하다가 왜 갑자기 젊은이들이 보기 싫어 자기와 똑같은 사람들만 사는 데로 가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그리고 은퇴했다고 여행 너무 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은퇴 후에도 매일의 일상생활이 분명해야 휴가 가는 재미가 계속 남는다는 것이다. 만일 여러분 중 누구인가 세계일주가 은퇴의 꿈인 분은 참 조심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세계일주 갔다 와서가 문제인 것이다. 평생의 꿈이 없어진 뒤에는 참으로 비참해지기 때문이다. 꿈은 꿈으로 남겨두어야 인생의 활력이 유지가 된다.
골프도 그렇다. 골프에 미친 사람들은 60대 후반쯤 가서 갑자기 약해진 체력 때문에 누구든 골프가 안되는 슬럼프가 오는데 그때 미치는 사람이 생기고 골프클럽을 부러뜨리고 골프와 영원히 담을 쌓는 날이 오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해야 하는데 또 너무 열심히 하지는 말 것을 권한다. 이것은 필자도 공감하는데 미국 교수들 중 조깅 너무하다가 그대로 쓰러져 가버린 경우가 몇 있다. 모두들 의사의 플랜대로 하더라도 그런 일들이 생기니 의사 말 너무 믿지 말것을 권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깨끗이 하고 다닐 것을 권한다. 이발 자주하고, 새 옷 자주 입고, 수염 기르지 말고(옛날부터 기른 사람만 빼고), 쇼 무대에 설 때 아니면 나비넥타이 매지 말고, 샤워 자주하고, 조깅 갈 때 아니면 운동복 같은 편한 옷 입지 말라는 충고이다. 꼴이 영 아니라는 얘기다. 은퇴란 또 새로운 기회를 가져오는 인생의 황금기라는 말도 어느 정도는 사실인 것 같은데 필자가 보기에는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좀 뻔뻔해져야 될 것 같은 결론이라 우리 존경스런 미주 한인들께는 별로 추천할 얘기가 아닌 듯하다.
그런데 여러 은퇴준비 얘기들을 읽으면서 필자가 느낀 게 있다. 가장 안 좋은 직장에서의 시간도 가장 좋은 은퇴의 시간보다 별로 나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