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북한의 독재자가 우리 민족의 골칫거리에서 세계의 골치로 승격(?)한 이 어두운 세월에, 무언가 좋은 얘기를 우리 미주 한인 여러분께 드려야 좋을 아침이다. 그런데 드릴 얘기가 모든 이들, 특히 나이 드신 노인들과 장래 곧 노인이 되실 분, 그리고 그들을 뒷받침해 드려야 할 젊은이와 지금 어린이 모두에게까지 어두운 장래 이야기라서 슬프다.
어린 시절 누님이 사주어서 재미있게 읽은 찰스 딕킨스의 ‘고아 올리버’의 배경은 너무나 가난과 어둠이 가져온 도시생활의 역경을 얘기한 것이라 슬펐다. 그중 페이건이란 늙은 거지 왕초를 얼마나 음흉하고 나쁘게 설정해 놓았는지, 그 책을 읽고 나선, 자애로우신 우리 동네 노인 분들이 얼마나 따스하고 다행스럽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우리 한인사회의 풍경 중에 아주 가난한 노인들의 역경은 별로 우리들이 자주 대하는 형편이 아닌 것 같다. 요즘 장애인들을 도우는 좋은 일을 하고 계시는 고석화씨에게서 숨겨져 드러나지 않던 장애인들의 실정을 잠시 듣곤 새삼스러워진 바가 있지만, 노년의 가난문제는 적어도 미국 전체의 사정을 두고 보면 지금은 문제가 아닌 것 같다. 필자가 “지금은”이라고 하는 것은 그 노인 가난의 문제가 미국의 현실로 다가오는 게 거의 확실하기 때문이다.
지난 50년간 미국에서 가장 좋은 방향으로 되어온 사회현상 중 하나가 노년의 가난문제 해결이었다. 1950년대에는 미국의 65세 이상 노인들 중 3분의1이 넘는 이들이 극빈자였다. 지금은 극빈자 비율이 10프로도 훨씬 못 미친다. 그런데 이 극빈자 비율이 앞으로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 그 이유를 설명해 드리려 한다.
첫째 미국인들의 개인 저축률이 1970년대의 11프로에서 지금은 1프로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직장을 가진 이들 중 40프로가 은퇴를 위한 저축을 전혀 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저축을 하는 사람들도 그 저축에 대한 투자 이익률이 요즘은 무척 낮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아직 지난 몇 년 전의 투자 황금기의 꿈에 젖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장래 쓸 수 있는 돈이 실제보다 많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종래의 직장에서 나오던 퇴직연금제도는 정부나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이들을 빼곤 거의 전부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중이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도요타 같은 좋은 직장도 퇴직연금제도는 아주 없고, 그동안 연금제도를 가졌던 IBM 같은 직장도 이제 내년부터는 연금 동결이라 지금까지 불입해온 것을 빼곤 더 이상 적립이 안 된다. 퇴직연금제도가 없어지는 것이다. 연금만이 아니라 퇴직자들의 의료 혜택도 거의 없어지고 있다. 아시다시피 사회보장연금은 이제 연금혜택이 줄어드는 게 시간문제로 되었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나이도 많이 올라간다. 노인들의 가장 큰 지출이 의료비란 걸 생각하고 위의 여러 가지를 모아 보면 노인 가난문제가 확실한 모양을 가지고 다가오는 걸 볼 수 있다.
그런데 정치 판도가 달라진다. 8,000만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2022년에는 투표인구의 3분의1이 65세 이상이 된다. 30세 아래의 투표인구는 8프로밖에 안 된다. 그런데다가 노인들은 투표하는데 젊은이들은 투표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어떻게 할 것 같은가. 노인들이 좋아할 방향으로 정책 선택을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초중고엘 다니는 아이들을 아는 독자들은 그들이 낼 세금 생각을 하고 지금부터 그들을 불쌍히 봐주길 바란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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