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과 아나는 ‘합창교향곡’을 거의 함께 작곡한다.
별 볼일 없는 내용, 별 볼일 있는 음악
클래시컬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번쯤 호기심 삼아 보기를 권하겠지만 아주 평범한 베토벤 전기영화다. 게리 올드맨이 베토벤으로 나온 1994년작 ‘불멸의 사랑’류의 겉으로만 보기엔 괜찮은 영화인데 깊이가 모자란다.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의 음악이 없었더라면 평범보다 아래 영화가 됐을 것이다. 베토벤으로 나온 에드 해리스가 귀에다 요즘의 보청기인 작은 나팔관을 꽂고 열연을 하지만 곰이 재주부리는 것 같다. 베토벤이 봤다간 대노할 것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생의 창작기간에 그를 도와준 허구의 여자와 베토벤의 관계를 그렸다. 처음에 젊고 예쁜 안나 홀츠(다이앤 크루거)가 베토벤의 죽음의 침상에서 베토벤에게 눈물의 작별을 고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플래시백으로 1824년의 비엔나. 넉넉한 집 딸로 작곡가가 꿈인 안나가 베토벤의 필경사로 취직한다. 악필인 베토벤의 악보를 말끔히 정리하는 것이 안나의 일. 베토벤을 하늘처럼 숭배하는 안나는 성질 고약하고 변덕스럽고 무례한 베토벤의 온갖 수모를 감내하며 이 악성을 돕는다. (영화가 시대에 맞지 않게 안나를 지나치게 독립적인 여자로 묘사했다.)
귀가 거의 완전히 먹어 성질이 더 고약해진 베토벤은 점차 안나의 지성과 함께 음악에 대한 정열에 감복하면서 안나는 단순한 필경사가 아닌 베토벤의 협조자가 된다.
그리고 둘은 제9번 교향곡 완성을 위해 불철주야로 악보에 매달린다. 둘의 관계와 함께 베토벤이 집념했던 조카 칼(조 앤더슨)과의 순탄치 않은 관계가 묘사된다. 귀 먹은 베토벤은 마침내 교향곡을 완성, 초연을 지휘하는데 진짜 지휘자는 안나. 믿거나 말거나 이다.
여류 감독 아그니스카 홀랜드는 너무 베토벤의 난리법석에 치중해 광대극을 보는 것같다. 촬영은 헝가리에서 했다. 진짜 좋은 베토벤 영화가 있다. 프랑스의 아벨 강스가 감독하고 하리 바우어가 베토벤으로 나오는 ‘베토벤의 삶과 사랑’(The Life and Loves of Beethoven·1937). 파빌리언(310-281-8223), 선셋5(323-848-3500), 모니카(310-394-9741),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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