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긴장감 137분… 정치스릴러
예술가 남녀 감시하는 동독 정보원
독일 통일후 눈물겨운 ‘인생 반전’
한국의 군사 독재정부 시절 악명 높았던 중앙정보부보다 더 악질적이요 전 국민을 감시했던 정보부중 하나가 동독의 슈타지였다. 슈타지는 고용원만 10만명이었고 밀고자는 무려 20만명이었다. 이 영화는 정보부원직을 천직으로 삼는 사람과 그가 감시하는 예술가의 동거 연인 관계를 그린 강렬하며 사로잡는 독일 정치 스릴러다. 각본, 연기, 연출 등이 완벽한 고장 안 나는 독일제 같은 영화로 각본을 쓴 플로리안 헹켈 폰 도너스마크의 감독 데뷔작이다. 상영시간이 137분이나 되는데도 단 한 순간도 긴장감을 풀어주지 않으며 복잡한 내용의 극적 감정적 균형이 절묘하게 조절된 흥미 만점의 영화다. 특히 감독의 냉정한 객관적 연출력이 돋보인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얼마 전인 1984년. 오직 일밖에 모르는 슈타지의 대위 게르트 비슬러(울릭 뮈에)는 민완요원. 그는 사회주의자인 극작가 게오르크 드라이만(세바스티안 코호)의 최신 연극 공연장에서 거의 자신에게 도전하는 식으로 게오르크를 수사하겠다고 상관에게 제의한다. 게르트는 게오르크와 그의 연인으로 아름답고 육감적인 배우 크리스타-마리아 질란트(마르티나 게덱)의 아파트에 도청장치를 설치한 뒤 부하와 교대로 24시간 둘을 감시한다. 그러나 시간이가도 게오르크를 잡아맬 단서가 나오질 않는데 게오르크의 상관으로 슈타지 출신의 장관 헴프(토마스 티메)가 크리스타-마리아를 탐내면서 게오르크는 딜레마에 빠진다.
헴프는 자기 욕심의 장애물인 게오르크를 제거하기 위해 반정부 증거를 포착해 내라고 게르트에게 압력을 가한다. 그런데 일이 묘하게 얽혀 드느라고 게르트가 두 남녀를 감시하다가 이들의 삶과 관계에 점점 빨려 들어가게 된다. 그 결정적 동기는 게르트가 피아노를 치면서 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결코 나쁜 사람일 수가 없다는 말. 게르트는 음악에 감동을 받으면서 눈물을 흘린다. 이때부터 게르트는 임무와 두 사람에 대한 인간적 동일감 사이에서 시달리게 되고 마침내 감시자에서 상황을 조작하는 사람으로 변신한다. 그리고 시간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인 1900년대 초로 넘어간다. 게오르크는 자신의 옛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게르트는 우체부가 되었다. 마지막 장면은 눈물이 나고 가슴이 막힐 정도로 감격적이다.
모두 연기를 잘 하지만 특히 텅 빈 눈동자의 뮈에의 행동 없는 지극히 절제된 연기가 눈부시다. 대단한 연기력이다. R. 7일까지만 AMC 센추리 15(310-289-4AMC)에서 상영한 뒤 내년에 재개봉된다.
Sony Pictures Clas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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