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왼쪽)와 제시가 외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피터 오툴 연기 돋보인 로맨스 소품
영국 태생의 7순의 베테런 연기파 피터 오툴의 노련하면서도 위트 있고 정이 가는 연기가 감동적인 일종의 메이-디셈버 로맨스 소품 드라마다. 주인공이 노인인 만큼 죽음에 관한 얘기가 많은데 영화는 이 문제에 대해 대단히 솔직하고 과감하게 처리하고 있다.
나이 먹은 남자가 나이 차가 50년이 넘게 나는 19세난 여자를 마음과 몸으로 그리워하고 탐내고 안타까워하는 얘기를 사뿐하고 우습고 활기차고 또 쓸쓸하게 그렸다. 특히 마지막 장면이 가슴을 찡하게 울린다. 매우 성숙된 작품이다.
7순의 모리스(오툴)는 깡마른 독설가로 아직도 가끔 연기를 하며 먹고 산다. 그의 유일한 낙은 역시 연극배우인 친구 이안(레즐리 필립스)의 아파트를 찾아가 둘이 마치 노부부처럼 입씨름 하는 일. 모리스가 가끔 찾아보는 또 다른 사람이 그의 전처 발레리(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둘은 비록 헤어졌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사이.
모리스가 의사로부터 전립선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지 얼마 안 돼 이안이 모리스에게 자신의 19세난 조카의 딸 제시(조디 위타커)를 소개한다. 별로 예쁜 얼굴도 아닌 약간 살이 찐 제시를 보면서 모리스는 마음이 회춘이 돼 그녀로부터 가능한 한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날건달 애인이 있는 무직자인 제시는 모리스에 의해 화실의 나체 모델 자리를 얻는데 모리스가 제시의 알몸을 훔쳐보려다 실패하는 장면이 배꼽을 빼게 만든다.
제시와 모리스는 나이뿐 아니라 계급 차이도 현격한 사이로 도무지 어울릴 한 쌍이 못된다. 그런데도 모리스는 때로는 과감히 또 때로는 은근하게 제시에게 접근하고 제시는 이 영감이 왜 이러나 하면서도 그의 사랑과 마음에 서서히 감화된다. 모리스로서는 더욱 안타까운 것이 제시가 뭔가 자기에게 줄 것 같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아무 것도 안 주는 것. 영감 죽이네.
모리스가 입원한 병원 침상에서의 장면이 재미있고 마지막 바닷가에서의 모리스와 제시의 모습이 눈물 난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툴의 것이다. 로저 미첼 감독. R. Miramax. 21일 개봉. 로열(310-477-5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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