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캘리포니아 주 공무원 연금기금 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플랜을 401(k)로 전환하려고 시도했으나 공무원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포기하고 말았다.
사기업의 은퇴플랜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데 반해 공무원 연금플랜은 난공불락의 성곽이라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공무원 연금 부족분을 납세자의 혈세로 메우려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보험사 에이전트인 스티브 애덤스(51)는 2년 전부터 심기가 불편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401(k) 구좌에 쌓여 있는 돈이 과연 은퇴자금으로 충분한지 확신이 서지 않는 데, 아내의 회사마저 기존의 은퇴연금 플랜을 없애고 직원들에게 401(k)에 의존하라고 했다. 이렇듯 불안한 재정상태에서 뉴저지 주의회는 주민들의 재산세를 올렸다. 주 공무원의 연금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애덤스로서는 발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무원을 살리기 위해 주민들을 쥐어짜는 형국이니 말이다.
주 및 지방정부 90% 제공 비해 사기업은 20%만
슈워제네거, 공무원연금 401(k)로 전환시도 실패
은퇴연금 축소 및 폐지 늘어 불안한 베이비부머들
“공무원 연금기금 부족분 메우려 증세는 부당”발끈
공무원-사기업직원 가족, 이웃간 미묘한 갈등도
애덤스는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무원 연금을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로 모인 단체인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에 가입했다. 애덤스는 200여 다른 회원들과 함께 뉴저지 시사이드 하이츠에서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의 세금을 올리는 대신 공무원 연금을 줄여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 이들은 판매세를 인상하려는주정부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목적을 세우고 있다. 애덤스는 “사기업에서는 연금 플랜이 점점 각박해지고 있는데 공무원들만 배를 불리고 있다”며 판매세 인상 움직임에 반발했다. 주및 지방정부의 90%가 연금은 제공하고 있는 데 반해 사기업은 20% 정도만 이를 제공하고 있다.
애덤스 뿐 아니라 납세자들은 은퇴생활에 대해 고민하는 일반인들에 비해 공무원들의 은퇴연금이 난공불락의 ‘성역’으로 남아 있는 것은 부당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어찌보면 ‘연금에 대한 질투’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은 은퇴 후 생활이 불안정해 은퇴를 미루는 일이 종종 있는데 반해 공무원들은 조기 은퇴해도 매달 연금을 척척 받으면서 걱정 없이 생활하고 있다는 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에 대한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친구, 이웃, 부모, 교사 등 다양한 관계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직업에 따라그렇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노후가 보장되는 공무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질투’가 음양으로 베어나오고있다.
공무원 은퇴연금에 대한 공방은 캘리포니아도 예외가 아니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공무원 연금은 꾸준히 지급해야 하니 주 정부 입장에서도 여간 골치가 아니다. 그래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연금을 401(k)로 전환하려고 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공무원 노조의 반발을 이기지 못했다.
캘리포니아에는 공무원은퇴시스템이 있고 교원은퇴시스템이 있다. 전자는 88%, 후자는 82%의 기금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알래스카와 콜로라도는 은퇴플랜을 전환했다. 일리노이, 몬타나, 오클라호마, 뉴저지, 펜실베니아, 로드 아일랜드 등도 주 정부 은퇴시스템을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금이부족하니 대안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사기업 직원들은 대다수 401(k)로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 일정액을 매치하는 회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들도 있다. 그리고 이 기금도 본인이 직접 관리해야 한다. 물론 수수료도 본인부담이다.
그러나 주정부 연금은 정부가 관리한다. 관리비는 공무원 본인부담이 아니다. 납세자의 몫이다. 또 현재 주 정부 연금기금은 84% 수준이다. 지급해야 할 돈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이 부족분도 납세자의 몫이다. 납세자들은 완전히 ‘봉’이다.
공무원 연금에 대한 불만고조가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뉴저지에서는 두드러진다. 스프린트 넥스텔은 일괄적으로,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은 부분적으로 지난해 연금폐지를 발표했다. 1만8,000여 직원들이 타격을 입게 됐다. 듀퐁도 마찬가지다. 뉴저지의 1,300여 직원이 뒤통수를 맞았다. 신입사원은 아예 은퇴플랜이 없고 기존의 직원들에게도 은퇴혜택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
라이더대학의 뉴저지 공공정책연구소의 데이빗 리보비치 박사는 “일반 직장인들은 연금 수혜는 대폭 삭감당하면서 동시에 공무원 연금기금을 메우느라 세금은 더 내야할 판”이라고 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뉴저지 페리 힐에 사는 찰스 레빌리오티(67)는 건설업에 종사하다 은퇴했다. 그는 “내 이웃이 시 공무원이다. 그는 엔지니어다. 그에게 연금과 관련한 타는 속을 말할 수 없다. 이웃간에 싸움이 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대다수 주민들과 정치인들이 주지사의판매세 인상 방안에 반발하고 있고 동시에 공무원 연금시스팀의 손질을 요구하고 있지만 다른 의견도 있다. 사기업 연금플랜이 축소되거나 폐지된다고 해서 공무원 연금플랜마저 칼질을 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초당적 싱크탱크인 ‘뉴저지 정책 퍼스펙티브’의 존 슈어 회장은 “만일 공무원 연금을 줄이면 이 것이 다른 사기업들에게 연금혜택을더 줄일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 공무원 연금플랜은 하나의 모델로 존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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