쭗월마트‘컴팩트 형광램프’확산 팔 겉어붙여
전력 소비를 줄이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전구를 빼 버리고 덜 쓰는 전구로 갈아 끼우면 된다. 빙빙 돌아가는 모양의 ‘컴팩트 형광 램프’는 미국의 에너지 문제에 관한 한 미국의 또 다른 문제인 비만에 대해 야채만큼이나 완벽한 해결책이다. 문제는 미국 사람들이 과연 야채를 먹어주는가 인데 이 전구 또한 사람들이 써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미국 최대 할인점 체인‘월마트 스토어즈’가 최소한 1억채의 주택에서 이 전구를 켜도록 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백열등보다 전력 75% 절약·수명은 10배
비싼게 흠… 현재 전체가구의 6%만 사용
구글 등과 공조 논의… 기존업계선 못마땅
세일즈맨십과 업자들에 대한 영향력에 있어 당할 자가 없는 ‘월마트’가 CEO의 주도로 2억명이나 되는 손님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권장하고 나섰다는 것은 환경운동가들에게는 꿈이 실현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렇게 막강한 힘에도 불구하고 전구 제조사, 경쟁사, 소비자들로부터 상당한 저항에 직면하고 있는 ‘월마트’는 대세를 돌리기 위해 ‘구글’ ‘홈디포’, 할리웃 등 다방면으로 파트너를 모색하고 있다.
컴팩트 형광등은 널리 쓰이는 백열등보다 월등한 장점을 갖고 있다. 전력은 75%나 덜 쓰지만 수명은 10배나 길므로 발전소에서 온실개스를 450파운드나 덜 생산해도 되며, 소비자들은 전구 하나마다 그 수명이 다할 때마다 30달러를 절약하게 된다. 그런데 구입할 때 가격은 백열등보다 8배나 비싸고, 불빛이 부드럽지 못하고, 모양이 특이한 것이 단점이다.
그래서 오늘날 이 전구를 사용하는 사람은 전체 가구의 6%에 불과하다. 바로 그래서 ‘월마트’는 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만일 2008년까지 이 전구를 1억개 파는데 성공한다면 이 전구의 미국 내 총매출은 50%가 증가해 미국 사람들은 전기 값을 30억달러나 절약하고 45만채의 새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 비용이 드는 발전소의 추가 건설이 필요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전국의 조명업계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컴팩트 형광전구는 8년이나 가기 때문에 ‘제너럴 일렉트릭’이나 ‘오스램 실베니아’ 같은 큰 제조사들은 전구 매출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또 제조지가 아시아이므로 미국의 제조업계 일자리 일부가 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이 전구에는 수은이 들어 있으므로 수백만명이 전구를 버릴 경우 환경오염의 위험도 있다.
이에 ‘월마트’는 지난 10월 초 라스베가스에서 전구제조사, 학자, 환경운동가와 정부 관료들이 모인 가운데 컴팩트 형광등을 더 많이 팔 방안을 강구하는 회의를 열면서 회의 장소인 미라지 호텔과 카지노 측에 회의시기에 맞춰 객실 전구를 절전형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으나 정중하게 거절당했다.
컴팩트 형광전구는 1979년에 ‘필립스’가 요란한 선전과 함께 미국 시장에 내놓았다. 금속 필라멘트를 덥히는 것이 아니라 화학반응을 일으켜 불을 켜므로 스위치를 올리고 몇 초가 지난 다음에야 불이 들어오는데다 전통적인 조명기구에 맞지를 않아 잘 팔리지 않았다. 이후 훨씬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되고, 크기도 줄고, 가격도 싸졌지만 ‘월마트’에서 팔린 것은 2005년에 4,000만개로 같은 기간에 팔린 백열등 3억5,000만개에 비하면 보잘 것 없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환경보존과는 엇나가는 것으로 여겨지던 ‘월마트’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연료효율이나 온실개스 방출 같은 문제 해결의 리더가 되기를 원하던 H. 리 스콧 주니어 회장이 2005년 9월, 브라운 대학의 환경학과 교수인 스티브 햄벅 등과 함께 뉴햄프셔의 마운트 워싱턴 천문대에 올라갔다. 거기서 지구온난화, 산성비, 오존층에 난 구멍, 월마트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토론하던 중 햄벅 교수로부터 컴팩트 형광 전구 이야기를 듣고 돌아온 직후 ‘월마트’는 공식적, 열정적으로 이 전구를 밀게 됐다.
‘월마트’에서 백열등을 수백만개씩 팔고 있는 전구제조사들은 반기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월마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필립스’의 경우 포장 디자이너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사 제조 컴팩트 형광전구의 이름을 ‘마라톤’에서 ‘에너지 세이버’로 바꾸기까지 했다.
공급업자들을 압박하면서 ‘월마트’도 매출증대 방법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과거 전구 진열대 맨 밑에 뒀던 이 전구를 가장 좋은 자리인 눈높이로 끌어올렸다. 또 이 전구의 다양한 용도를 보여주기 위해 매장 내에서 파는 모든 램프와 선풍기에 이 전구를 끼워 진열했다. 뿐만 아니라 진열대가 있는 아일 맨 끝에 절전형 전구의 혜택에 대한 교육 전시물도 세웠다. 덕분에 매출은 쑥쑥 늘었다. 2006년 8월 매출은 394만개로 2005년 8월의 165만개보다 2배가 늘었다.
그렇지만 1억개를 팔려면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가을부터는 경쟁 소매점, 인터넷 회사, 영화회사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판촉이 아니라 문화운동으로 바꿔 놓기 위해서였다. ‘월그린’ ‘타겟’ 같은 큰 소매점의 컴팩트 형광전구 매출을 추적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고, ‘구글’ ‘야후’의 서치 엔진을 이용하여 이 전구를 선전하는 방안이 현재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홈디포’와 ‘로우스’는 이 문제에 대해 경쟁업체인 ‘월마트’에 협조하기를 거부했다. 전구 안에 든 수은도 문제라 월마트는 그 해결을 위해 연방정부 및 환경 단체와 수거 및 재활용 방안을 논의중이다.
그러나 사실 넘어야할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미국 사람들이 지난 130년 동안이나 들여온, 더 싸고 더 친숙한 모양의 백열등을 사용하는 습관이다. 결과적으로 상당히 절약이 된다며 당장은 백열등보다 비싼 형광등을 사라고 고객들을 설득해야 하겠지만 ‘언제나 싼 가격’을 강조해온 월마트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월마트 직원 탐 알루가 손님 타피나 타드(왼쪽)가 절전형 형광전구를 사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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