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작은 인형에 마지막 눈알을 단다. 몹시도 긴 손가락이 떨린다. 드디어 몹쓸 짓을 하고 마는구나. 어둠 속 빛나는 별에 대한 상상이며 작은 꽃잎이 벙글 때 잎새를 흔들고 가는 바람의 뒷굽, 이제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얘야 동공에 때때로 고이는 눈물도 스스로 훔쳐야 한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더 크게 눈 부릅떠야 한다. 외면하는 고갯짓은 절대 말아야 해. 한점 흑점도 없이 순하디 순한 눈동자 꼭꼭 박아 넣는다. 생글거리는 인형의 두 뺨에 사슬 같은 실밥이……
권애숙(1954~) ‘點眼式’ 전문
눈알이 달리는 순간부터 인형은 단순하지가 않다. 눈의 역할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이제부터는 온갖 것들을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름답던 상상의 세계가 깨지는 괴로움은 물론 외면할 수도 없는 현실과 직면하게 되었다는 것. 그러니 순하디 순한 인형에게 눈을 달아주는 행위는 몹쓸 짓에 해당하는 것이다. 슬픔과 고통이 산재해 있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익히 아는 시인이기에.
한혜영 <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