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대통령은 지난해 12월초 호주를 방문하였을 때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서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관계의 민주주의를 부러워하면서 돈을 얼마든지 지불해도 당장 수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그가 막상 국내에서는 거침없고 격정적인 막말의 표현으로 대화보다는 대립, 타협보다는 독선적이고 투쟁적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그의 말대로 수입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제일 먼저 적용해야 할 당사자가 바로 자신이 아닌가.
386세대는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서 군사독재에 대항하여 온 몸을 던져 투쟁하였다. 이제 집권세력이 된 그들을 민주화 세대라고 하지만 막상 그들 자신은 대화와 타협을 변절과 야합으로 치부하여 거부하면서 투쟁과 비타협으로 민주화를 쟁취하고자 하였다.
집권세력이 된 후 그들은 과거사 정리, 역사바로잡기, 보안법 개정, 사학법 개정 등의 급진개혁을 시도하면서 대화와 타협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계속하였다. 이들은 독재의 종식에는 기여를 하였지만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와는 태생적으로 거리가 멀다. 그 결과 집권 4년 만에 대통령의 지지도가 10% 수준으로 떨어지고 집권여당은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대립과 비타협은 정치권 외에도 한국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폭력을 사용하여 시무식을 난장판으로 만든 것이 좋은 예이다. 노동귀족으로 불리는 현대차 노조가 아직도 대화와 타협보다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것은 노조의 의식구조가 비민주적 옛 모습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동안 미국에서는 7만여명의 노동자들이 GM과 포드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에는 드디어 일본의 도요다 자동차 회사가 GM을 제치고 자동차 생산 세계 1위의 타이틀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주식시장에서의 요즘 거래가격으로 따져보면 GM의 총 주식가격이 167억달러이고 도요다의 가격은 2,444억달러로 15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계산상으로만 보면 도요다의 가치가 GM의 15배가 된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일본 경쟁사들에 밀리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강력한 노조의 반발로 인해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현직 근로자는 물론이고 퇴직 근로자들과 가족들에게까지 의료보험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자동차 한 대당 약 1,000달러의 원가가 추가된다.
미국의 항공사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기에 노조의 대폭적인 양보를 받아 회생의 길을 걷고 있다. 현대차 노조도 이제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의 배를 째는 행태를 벗어나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이 있어야 하지만 그를 위한 전제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즉 법과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그런 연후에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바탕으로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져야 성숙한 민주주의가 달성되는 것이다.
이 원리는 정치뿐만 아니라, 가정, 교회, 한인회 등 우리가 속한 모든 공동체에 적용되는 원리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이 온 몸으로 의사를 전달해도 잘 소통이 안 된다고 국민을 비판하고 원망만 할 것이 아니라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도록 남은 임기 동안만이라도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다음 대통령 때는 좀 더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성숙한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아야 한다.
<임진혁> 새크릿 하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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