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보석상이 이렇게 잘 될지 몰랐지…
온라인으로 책이나 CD, 혹시 토스터 같은 물건은 살지 모르겠지만 3,000달러짜리 다이아몬드 약혼반지를 살 사람은 아마 없을 것으로 여겨지던 것이 불과 몇년 전이다. 온라인 보석상‘블루 나일’이 바로 그랬다. 그러나인터넷 초창기에 만들어진지 고작 10년이 지났을 뿐이지만‘블루 나일’은 다이아몬드 반지 매출에 있어‘티파니 & 컴퍼니’에만 뒤지는 강자가 됐다. 업계 분석가들에 따르면 작년에 도매상에서 다이아몬드를 사들인 양을 살펴볼 때 블루 나일보다 더 많이 구입한 것은‘티파니’와 1,500개의 체인 매장과 800개의 키오스크를 가지고 있는‘제일 코퍼레이션’뿐이다.
1999년 영업 시작 재래식 업소보다 평균 35% 싸게 팔아
해마다 매출 급신장 한 개 6천달러짜리 다이아몬드도‘불티’
<시애틀의‘블루 나일’작업장에서 직원이 다이아몬드를 펜던트 틀에 올린 후 손질하고 있다>
<주문받은 다이아몬드를 출고하고 있는 시애틀의‘블루 나일’창고>
‘블루 나일’이 이처럼 성장함에 따라 군소 보석상 중에는 이윤이 줄고, 문을 닫는 곳도 많아졌지만‘티파니’같은 고급 소매상은 아직까지 블루 나일 효과가 약간만 느껴지고 있다. 또 그 많은 보석중 주로 다이아몬드, 특히 반지의 경우에만 그렇다. 그런데 다이아몬드 반지야말로 소규모 보석상에게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돈벌이 상품이기 때문에 타격이 큰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보석상들의 이윤이 줄고 1999년 이래 3,000개 이상이 문을 닫은 것은‘블루 나일’을 비롯한 인터넷 보석상만 책임질 일은 아니다. 1980년대부터 홈샤핑 네트웍등 텔리비전에서도 보석 판매가 시작됐고 최근 들어서는‘월마트’‘코스트코’등 할인점들이 저가 보석시장을 크게 잠식했다. 그래도‘블루 나일’의 영향이 컸기에 많은 소규모 보석상들은 온라인 보석상에 물건을 대는 도매상은 보이콧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도매상들은 보석업계 컨벤션장에서‘블루 나일’ 대표 마크 베이든을 공개적으로 만나기를 거부한다. 만나더라도 다른 사람은 누군지, 어느 회사인지 알 수 없도록 이름표를 뒤집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이 많다.
‘블루 나일’은 매장도 없고, 다이아몬드 몇개를 놓고 비교해 고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거기서 다이아몬드를 산다. ‘블루 나일’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다이아몬드 반지의 평균 가격은 5,500달러로 업계 평균인 2,700달러의 2배나 된다.‘블루 나일’의 회계책임자 다이앤 어바인에 의하면 거의 매일 2만달러 내지 4만달러짜리 반지가 팔리고 있다는데 지난 달에만 5만달러 이상하는 비싼 반지를 산 사람이 10여명이어서 무장 트럭에 무장 경비원을 시켜 운반해줬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3개의 보석상 체인을 운영하는 마크 몰러는“인터넷 때문에 이윤이 크게 줄었다”고 말한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보석상을 하는 개리 고든은“블루 나일 덕분에 보석업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욕먹을 사람은 따로 있다. 시애틀의 보석상 주인 덕 윌리암스다. 1995년 말에 업주들이 인터넷 전략을 세우지 않고 있음을 개탄하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 가슴에 깊이 새겼던 그는 당시 컴퓨터 붐 덕을 많이 본 사람이다. 몇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사 직원 및 기타 신흥 백만장자들에게 보석을 팔아 잘 살아온 그는 컨설턴트에게 2,000달러를 주고‘인터넷 다이아몬드’라고 이름 붙인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현재의 사장 베이든이 윌리암스의 사이트에 처음 접속한 것은 1998년말, 막 스탠포드에서 MBA를 받고 경영자문으로 일하던 그가 약혼반지를 사려고 샌프란시스코의 티파니 보석상을 찾아갔던 다음이었다. 1만2,000달러자리와 1만7,000달러짜리 반지를 놓고 저울질하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 우연히 윌리암스가 올려 놓은 다이아몬드에 대한 정보를 본 것이다. 온라인으로 다이아몬드 고르는 법을 터득하고 나니 티파니에서 본 두개의 반지와 거의 비슷하지만 가격은 5,800달러밖에 안되는 반지도 눈에 띄었다. 물론 구입했다.
약혼반지를 사고 몇주 후, 다른 일로 시애틀에 갔던 베이든은 공항 근처 윌리암스의 가게에 들렀다. 가서 자기 같은 좋은 손님도 없었을 것이라고 거드름을 피워보려 했지만 윌리암스는 심드렁했다. 매일 온라인으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한두개는 팔고 있으며 6,000달러짜리 정도면 그저 보통이라는 반응이었다.
직원이 두명밖에 없는 작은 윌리암스의 가게에 서서 베이든은 재빨리 계산을 했다. 다이아몬드에 대해 아는 바는 없었지만 광고 예산도 없이 아주 기본적인 디자인의 웹사이트가 한달에 25만달러어치를 소화하는 것은 상당한 일이라 그날 저녁을 먹으면서 윌리암스에게 500만달러를 줄테니 회사 지분의 85%를 달라고 제안했다. 그리고 8주만에 그는 사이트를 사버렸다. 또 1999년 말에는 이름도 ‘블루 나일’로 바꿨다. 이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오직 입소문으로만 비지니스를 확장하면서 버틴 결과 2001년에는 겨우 10%였지만 이후 해마다 30~50%씩 비지니스가 성장, 2004년에는 주식도 공개했다.
사실 ‘블루 나일’ 같은 경쟁자를 갖고 있는 보석상들을 동정받을 만하다. 매장도 없이 시애틀 다운타운에 사무실 하나, 타운 외곽에 작은 창고 하나만 갖고 있으니 간접비가 13%에 불과, 전통적인 보석상의 30~40%보다 훨씬 작다. 덕분에 ‘블루 나일’은 다이아몬드를 원가에 20 % 정도 얹어 팔고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2005년에 보통 보석상들은 반지를 원가보다 48.7% 비싸게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블루 나일은 비슷한 반지를 ‘제일스’보다 35% 싸게 파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루 나일’작업장에 나온 마크 베이든 사장>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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