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종족마다 말이 다르고 문자가 달라서 세계화 시대로 가는데 첫 번째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숫자만은 대부분 아라비아 숫자를 쓰기 때문에 세계 공통 숫자로 상통하기가 좋다.
내가 살아오면서 우연의 숫자와 인연이 된 것을 더듬어 보았다.
세상에 태어 날 때가 1937년이었으니 7자와 인연을 맺었고, 중학교를 다닐 때는 내 학생 번호가 3학년 3반 33번이었다. 그래서 3땡과 인연이 되었다. 결혼은 27살에 했으니 7자가 있는 좋은 나이었다.
40살 나이로 늦깎이 이민을 올 때가 1977년이니 7땡으로 럭키 세븐의 해
였다. 1999년에 처음으로 수필집 ‘아리랑 그림자’를 출판했으니 그 해를 9땡으로 기억하기 좋고, 우리집 주소는 3344 콘도에 방 번호가 77이다. 그러니 3땡 4땡 건물 7땡 방에 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기막히게 좋은 집터가 아니겠는가. 그뿐인가. 내 차 번호판 번호 끝자리가 3땡이고, 셀폰에도 3땡이 들어 있다.
나는 석두(石頭)라서 기억력이 좋지 않아 숫자를 잘 외우지 못 하고 사람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 한다. 젊었을 때 훈장질을 조금 했는데, 어떤 선생님은 학급이 바뀌고 일주일이면 학생 이름을 모두 기억해서 수업 시간에 출석부 덮어 놓고 60명 학생 이름을 달달 부른다. 나는 학년이 다 끝날 때까지도 학생들 이름을 다 외우지 못 한다. 지금도 남의 성이나 이름을 바꿔 부르는 실수를 다반사로 한다. 이렇게 출세비결 제1호인 사람 이름 외우기가 빵점이니 어찌 출세를 바라겠는가. 하나님은 나의 이런 점을 불쌍히 여겨 이렇게 기억하기 좋은 숫자로 내 생활을 도와주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금년은 2007년으로 내 나이테가 꼭 70이 되는 해다. 금 돼지 해에 고희(古稀)라 그것도 좋다. 새 날 아침에 아들 손자, 손녀, 며느리, 딸, 사위, 외손녀 다 모여서 세배를 받고 식사를 하면서 축배를 들었다.
나는 마누라와 건배를 하면서 “99 88”(구십 구세 까지 팔팔하게)을 외쳤다. 마누라가 그건 너무 오래 산다며 “88 88”(팔십 팔세 까지 팔팔하게)로 하자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우리 어머니가 90세이신데 치매로 3년을 고생 하시고 있어 본인도 어렵고 자식들도 힘들고 불효가 되고 있다. 그러니 오래 사는 것이 복이라고만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구호를 ‘77 88’로 하고, 7땡이 넘어가면 8땡까지 가게 해달라고 기도하기로 했다. 그러나 “모든 계획은 인간이 세울지라도 발걸음은 하나님이 옮겨 주시느니라” 하였으니 이것도 희망사항일 뿐이다. 인명은 재천이라 하지 않았는가.
내가 저 세상 가는 해를 굳이 땡으로 고집하는 것은 저 세상에 가서 먼저 간 사람들과 고스톱을 할 때, 죽은 나이가 7땡이나 8땡이면 판돈을 몽땅 싹쓸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옷도 없이 돌아가셨으니 판돈도 없을 것이고 부처님은 황금 옷을 입고 돈방석에 앉아 있으니 고스톱 땡으로 한판 붙어볼만 하다. 이 세상에서 헌금도 많이 못 했는데 저 세상에 가서 돈 따서 예수님 옷이라도 한 벌 사 드리고 싶은데…
7땡이나 8땡으로 천당에 가게 해 주시옵소서, 새 해 기도가 이러하니 집사는커녕 잡사도 못 되겠다. 그러나 웃으면 복이 와요,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를 돼지 해 오자성어(五字成語 )로 하고 싶구나.
윤학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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