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고 전해지는 이집트의 시나이 산자락에 자리 잡은 성 캐더린 수도원에서 온 아이콘(성화) 페인팅들을 폴게티 뮤지엄에서 전시 중이다. 성스럽고 아름답고 고결하다. “이런 게 바로 인류 역사의 보물이구나!” 하고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지극히 아름다운 작은 그림들은 어두운 촛불 아래서 더욱 찬란히 그 빛을 발하도록 아름다운 색채와 금빛 장식으로 나무판 위에 그려져 있는데 오랜 세월의 흔적이 그 깊이를 더한다.
아이콘(Icon) 이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이미지라는 뜻인데 예술작품으로 그려진 게 아니라 성스러운 예식에 사용되어 그림 안에서 신과 성인들이 발현되도록 하려는 의도로 수도자들에 의해 기도와 함께 그려졌다.
성 캐더린 수도원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그리스정교회의 수도원으로 비잔틴 시대의 아이콘 성화를 보존하고 있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성지이다. 8·9세기에 성화와 성물을 우상 숭배라고 하여 파괴한 적이 있는데 이 수도원은 당시 비잔틴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지금의 이스탄불)에서 멀리 떨어진 이집트의 시나이 산 속에 고립되어있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당시 전 유럽에서 성화와 성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수도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아이콘 페인팅들은 거칠고 알 수 없는 현대 미술에 비해 무척 아름답고 정신적 안정감과 평화를 준다. 폴게티 뮤지엄의 바로 옆 서쪽 전시장에 전시되고 있는 현대 독일의 거장이라는 리히터의 추상미술과 비교해보면 옛 그림에 비해 현대 추상화는 거의 추하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현대인들의 미적 감각이 얼마나 망가져 있는가를 느끼게 하고 얼마나 많은 쓰레기 같은 그림들이 현대미술이라는 미명 하에 양산되고 있는가를 숙고하게 한다.
좋은 그림이지만 갖고 싶지는 않은 그림들이 있고, 좋은 그림이고 또 갖고 싶기도 한 그림이 있다고 친구가 말한 적이 있는데, 스튜디오에서 그림에 싸여 살고 있기에 그림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없는 나에게도 이 그림들을 가까이 두고 바라보면 정말 그 성스러운 아름다움에 마음의 어둠이 사라지고 빛 밝은 성령의 은총을 누릴 것 같다. 특히 성 캐더린의 그림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3월4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에는 주말에 관람객이 너무 많아 주중에 가서 조용히 묵상하며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 모처럼 아름다운 그림이 보고 싶은 독자들은 꼭 폴게티 뮤지엄에 들리시기 바란다.
서쪽 전시관 2층에서는 고흐의 걸작인 아이리스(붓꽃)를 볼 수 있고 무척 멜랑콜릭하면서도 아름다운 뭉크의 청색 풍경화도 감동적이다.
폴게티 뮤지엄은 샌타모니카 산기슭 91만평 대지에 건축 모더니즘의 독특한 스타일로 유명한 리차드 마이어의 설계로 지어졌다. 로스앤젤레스 건물의 특징인 밝음과 개방성을 주조로 전통적 자재인 석회암과 유리, 알루미늄의 현대적 자재로 과거와 미래의 조화와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커다란 나무 하나하나가 무척 세심하게 선정되어 곳곳에 자리한 동양적이고 현대적인 연못과 무척 잘 어울린다.
석양에 서쪽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풍경이 절경이다.
<박혜숙> 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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